중국의 한 공무원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최근 '일본인 초등학생 살해 사건' 범인을 옹호하는 막말을 쏟아내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중국 사회의 공분이 커지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중국 SNS 내 '일본인 혐오 조장' 게시물 단속을 촉구했다.
홍콩 언론 명보는 24일 "일본인 어린이 피습 사망 사건을 옹호하는 발언을 해 중국에서 큰 논란을 일으킨 공무원은 쓰촨성 농업농촌부 산하 농업에너지개발센터 소속 황루이 부주임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발단은 황 부주임이 최근 중국 SNS 웨이신에 올린 "(중국인이) 일본 아이를 죽인 게 대수인가?"라는 게시글이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이 "보기 안 좋다"거나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하자, 황 부주임은 한술 더 떴다. 그는 "무고한 사람을 죽인 게 아니라, 일본인을 죽인 것", "우리의 기율은 일본인을 살해하는 것" 등 망발을 멈추지 않았다.
문제의 발언이 담긴 스크린샷은 중국 온라인에 급속도로 퍼졌고, '당사자를 처벌하라'는 중국 네티즌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논란이 확산하자, 쓰촨성 당국은 "이 사안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신속히 문제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선 지난 18일 일본인 학교에 다니는 남자 어린이(10세)가 등교 중 중국인 괴한이 휘두른 칼에 찔리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 소년은 이튿날 숨졌다. 지난 6월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에서 '일본인 모자(母子) 피습' 사건이 일어난 지 3개월 만의 일이었다.
중국 사회의 뿌리 깊은 반일 감정과는 별개로, 이번 사건과 관련해선 '반성'과 '애도'의 목소리가 훨씬 더 많다. 자오훙 중국 정법대 교수는 21일 발표한 "죽은 아이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일본 침략의 역사를 기억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그래서 (중국은) 더한 살인과 잔혹성을 보여도 되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좋은 대의가 있더라도 개인 생명을 살해한다면 반인륜적"이라며 "애국과 항일이라는 이름으로 무고한 어린이를 살해하는 것은 죄악"이라고 일갈했다.
이 글은 중국인들의 열띤 호응을 받았으나, '관련법 위반'이라는 이유로 현재 삭제된 상태다. 명보는 "일본인 어린이가 다녔던 학교 정문에는 지금도 애도의 뜻을 담은 중국인들의 헌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장관은 23일(현지시간) 별도 회담을 갖고 이번 사건을 집중 논의했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가미카와 장관은 중국 당국이 범행 동기를 포함한 사실관계를 철저히 규명하고, 일본에 명확히 설명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중국 SNS에 떠도는 일본인 학교 등과 관련된 근거 없는 소문, 악질적인 반일 콘텐츠 등을 조속히 단속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에 왕 부장은 "이 사건은 중국도 보고 싶지 않았던, 우발적인 개별 사안"이라며 "중국은 지금까지처럼 법에 따라 중국 내 외국인의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사건이 정치적으로 확대되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은 다만 범행 동기 등에 대해선 여전히 "조사 중"이라며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