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나눠 준 플라스틱 용기에 절반 정도만 버섯을 따서 담아 오세요. 느타리버섯은 제가 조금씩 나눠 줄게요."
지난 4일 오전 대전 동구 삼성동의 한 빈 상가 2층에 조성된 '테마형 대전팜'. 시설 관계자가 버섯 수확 체험 시작을 알리자 30여 명의 초등학생들이 일제히 스마트저온재배시설 안에 있는 버섯을 따기 시작했다.
이날 스마트팜 체험에 참여한 이다현(12·대전 백운초 6)양은 "책이나 뉴스 같은 걸 통해 스마트농업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생소했는데 실제 스마트농업시설을 직접 둘러보고 체험까지 해보니 너무 신기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대전시가 '테마형 대전팜'을 활용해 마련한 이날 체험 교육에는 대전 오류초와 백운초 5, 6학년 학생 65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1층과 2층에서 수확한 바질과 버섯을 이용해 3층 음식 만들기 체험장에서 직접 피자를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승현(11·오류초 5)군은 "직접 딴 신선한 재료로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피자를 만드니 더 믿음이 간다"며 "시내에 이런 시설이 만들어진 덕분에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테마형 대전팜은 도심형 스마트농업 저변 확대와 지역 활성화를 위해 '방문 체험과 관람'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시설로, 시가 지난 5월 삼성동 3층짜리 빈 상가건물(총면적 680㎡)을 활용해 조성했다. 수직 3단으로 이뤄진 바질과 버터헤드 상추 등 엽채류 재배시설, 아쿠아포닉스(물고기를 키우면서 발생하는 유기물을 이용해 식물을 수경재배하는 순환경 친환경 농법) 시설, 저온성 버섯 재배시설, 새싹삼과 교육장 등을 갖췄다. 이곳은 체험농장, 대학생 실습농장 운영 경험이 있는 농업회사법인 둥구나무가 위탁 운영하고 있다. 임현구 둥구나무 대표는 "체험부터 진로교육까지 하는데, 유치원부터 대학, 그리고 각종 기관과 단체 등에서 지금까지 2,000명 넘게 찾아왔다"고 소개했다. 둥구나무는 대전노숙인지원센터와 협약을 맺어 시설 관리 운영에 노숙자들도 고용하고 있다.
시는 앞서 지난 2월 중구 대흥동 원도심의 공실 건물을 활용해 '기술연구형 대전팜'을 개장했다. 지자체가 원도심 빈 상가 건물에 스마트팜 시설을 도입한 것은 전국 처음이다. 시설은 품종 개량과 생산 확대 등 기술실증 및 연구개발을 목적으로 지하 2층과 지상 8층(총면적 400㎡)에 조성됐으며, 스마트팜 전문업체인 (주)쉘파스페이스가 운영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오후 기술연구형 대전팜을 찾았다. 지하 2층 문을 열자, 신선하고 달큰한 딸기향이 스며들었다. 안으로 들어서자 4단 수직형으로 구축된 스마트팜 곳곳에 꽃을 피운 딸기 묘종부터 탐스럽게 열린 딸기가 가득했다. 수정용 벌들은 윙윙거리는 소리를 내며 꽃과 꽃 사이를 날아다녔다. 이곳은 식물 종류와 생육 주기에 따라 햇빛의 양을 조절하고 온도와 습도를 원격 제어하는 시스템을 갖춘 게 특징. 지하공간에 만들어진 7개의 별실에선 방마다 아열대와 사막, 이상기후 등의 환경이 구현됐다. 윤좌문 쉘파스페이스 대표는 "연간 최대 5회 정도 수확할 수 있는 딸기를 이곳에선 연중 10회 이상 수확할 수 있는 기술을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선 식약처 허가를 받아 의료용 대마연구도 하고 있었다.
시는 도심 속 공실을 활용한 스마트팜을 지속적으로 구축할 계획이다. 우선 2010년 폐쇄된 서구 둔산동 둥지 지하보도(390㎡)에 연내 '실증형 대전팜'을 추가로 만들 계획이다. 도심 속 폐지하보도를 활용해 스마트팜을 조성하는 건 전국 처음이다. 수익률이 높은 작물 재배를 통한 성공적인 스마트팜 모델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도심 공실 활용 스마트팜은 도심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도시 농업 확산의 교두보 역할을 수행할 핵심사업"이라며 "앞으로 도시형 스마트팜을 확대하고, 대전형 스마트농업 첨단산업밸리 조성에도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