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마셨죠?" 유튜버 추궁 피해 달아나다…30대 운전자 사망

입력
2024.09.24 15:00
주차된 트레일러 들이받고 차량 화재
유족 "유튜버 아니었다면 숨지지 않았을 것"

음주운전 추적 유튜버를 피해 달아나던 30대 남성이 트레일러를 들이받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24일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전 3시 50분쯤 광산구 산월동의 한 주유소 앞에서 A(35)씨가 몰던 BMW 차량이 갓길에 주차돼 있던 시멘트 운송 트레일러를 들이받았다.

사고 여파로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MBC가 공개한 사건 당시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A씨의 차량은 빨간불을 무시한 채 도로 위를 튕기듯 빠른 속도로 질주했다. 코너를 돌던 A씨는 주차된 화물차를 들이받았고 곧바로 차에서 불이 나기 시작했다. A씨의 차량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전소됐다.

경찰, 유튜버 추격-사망 사고 관련 여부 조사

사고 전 A씨는 음주운전을 추적하는 유튜버를 피해 달아나고 있었다. 광주·전남 지역을 중심으로 음주운전자를 경찰에 신고하고 직접 추격하는 영상을 제작하는 유튜버 B씨는 A씨 추격도 생중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영상엔 B씨가 A씨의 차량에 접근해 "술을 마셨냐"고 묻자 그를 알아본 A씨가 도주하는 모습이 담겼다.

A씨 유족은 유튜버의 추격이 없었다면 사망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전남일보에 따르면 유족 측은 "평소 A씨가 공황장애를 앓고 있어 심야에 벌어진 추격전을 굉장히 위협적으로 느꼈을 것"이라며 "음주운전이라는 중죄를 짓긴 했지만 유튜버의 사적 제재가 없었다면 추격전을 벌일 일도 없고, 사망하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주운전자를 사적 제재하는 유튜버들이 늘어나면서 사고 위험은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시민 신고가 검거로 이어지는 건 긍정적이지만, 추격 과정에서 위험한 상황이 자주 연출되기 때문이다. B씨가 앞서 제작한 추격 영상들에서도 운전자들이 B씨를 피하기 위해 과속이나 역주행을 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경찰은 A씨의 음주와 과속 여부 등을 조사하는 한편 유튜버를 참고인으로 조사해 사고 관련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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