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야 살인' 마지막 범인, 드디어 잡혔다... 베트남서 강제송환

입력
2024.09.24 10:00
사건 발생 4개월만 범인 3명 전원 검거
적극적인 국제 공조와 첩보 수집으로
베트남 은신처 위치 특정... 12일 체포

태국을 찾은 30대 한국인 관광객을 살해한 뒤 시체를 훼손해 저수지에 유기한 이른바 '파타야 드럼통 살인사건'의 범인 3명 가운데 마지막 한 명이 드디어 검거됐다. 사건 발생 4개월 만이다.

경찰청은 24일 공범 2명과 함께 30대 한국인 관광객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한국인 남성 A(39)씨를 베트남에서 강제 송환했다. 이날 오전 9시쯤 인천공항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낸 A씨는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경찰 호송차에 탑승해 공항을 빠져나갔다.

A씨는 파타야 살인사건 공범 3명 중 마지막까지 잡히지 않았던 한 명이다. 앞서 검거된 두 명과 달리 타인의 신분증을 도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며 도피처를 수 차례 옮겨다녔다.

경찰은 A씨를 핵심 도피사범으로 지정,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해 추적에 나섰다.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적색수배 조치와 함께 사건 발생국인 태국을 비롯한 캄보디아, 베트남, 라오스 등 인접 국가와 공조해 첩보를 수집했다. 해외 파견 경찰관과 재외공관도 유기적으로 협력했다.

그러던 중 해당 사건의 담당수사팀인 경남청 형사기동대는 A씨가 베트남으로 도피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경찰은 베트남 각지의 경찰주재관을 활용해 피의자 동선을 추적하며 포위망을 좁혔고, 공조 담당자를 현지에 급파해 베트남 공안에 협조를 요청했다.

A씨의 은신처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가 나온 건 지난 11일이었다. 경찰은 이 정보를 즉시 베트남 공안과 공유했고, 이튿날 은신처를 급습해 A씨를 검거했다. 경찰은 범죄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신속한 신병 인계를 요청, 검거 12일 만인 이날 A씨를 강제 송환했다.

파타야 살인사건은 지난 5월 7일 피해자 어머니가 실종 신고를 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그는 "모르는 남자가 아들 번호로 전화를 걸어와 '당신 아들이 마약을 물에 버려 피해를 봤으니 300만 밧(약 1억1,100만 원)을 보내지 않으면 살해하겠다'고 협박했다"며 주태국 대사관에 신고했다.

대사관의 공조 요청을 받은 태국 경찰은 후아이쾅의 한 클럽에서 피해자를 목격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뒤 수사를 진행해 용의자를 한국인 3명으로 특정했다. 이어 맙프라찬 호수에서 피해자의 시신이 담긴 플라스틱 드럼통이 발견되면서 용의자에 대한 추적이 시작됐다. 시신은 손가락 등이 훼손된 상태였다.

피의자 3명 중 한국으로 달아난 B(24)씨는 5월 12일 전북 정읍시의 한 주거지에서, 캄보디아로 도피한 C(27)씨는 5월 14일 새벽 프놈펜의 한 숙박시설에서 체포됐다. 두 사람은 강도살인과 시체유기 등의 혐의로 이미 기소돼 창원지법에서 1심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주요 국외도피사범을 끝까지 추적해 법의 심판대에 세운다는 원칙 하에 국제공조를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승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