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분열로 '어게인 2016' 노리는 트럼프… 강성 지지층 결집 성공할까

입력
2024.09.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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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와 첫 TV 토론 이후 '막말' 퍼레이드
사전선거 돌입 맞춰 강성 지지층 결집 노려
2016년 힐러리와 맞붙어 승리한 공식 재탕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주 앞으로 다가온 대선을 진흙탕 선거전으로 이끌고 있다. 키워드는 혐오와 분열.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첫 대선 TV 토론에서 했던 '이민자 반려동물 식용' 주장 고집을 시작으로, 극우 음모론자를 비선 측근으로 중용하는 한편, 자신을 ‘흑인 나치’라고 칭한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후보를 싸고도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2016년 대선 승리 공식을 다시 꺼내 강성 지지층을 결집, 열세인 이번 선거 판세를 뒤집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트럼프식 ‘혐오와 분열’ 전략 이번에도 통할까

미 뉴욕타임스(NYT)는 22일(현지시간) “지난 2주간 트럼프 선거 운동은 어지러울 정도로 혼란스럽다”며 “백악관을 차지했던 2016년 선거 전략이 승리로 가는 길이라는 믿음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는 10일 해리스와 맞붙은 첫 TV 토론에서 아이티 이민자를 거론하며 “이웃의 개·고양이를 잡아먹는다”고 언급해 거센 역풍을 맞았지만, 지금껏 비슷한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9·11 테러 23주기 추모식에는 ‘2001년 9·11 테러가 미국 정부 내부 소행’이라는 주장을 펴는 극우 음모론자 로라 루머(31)와 동행해 반발을 불러왔고, 유대계 유권자들이 모인 행사에선 “내가 선거에서 패하면 유대인들이 큰 책임이 있다”는 반(反)유대주의성 발언으로 비난을 샀다.

마크 로빈슨 노스캐롤라이나 주지사 후보와 관련해서도 침묵하고 있다. 로빈슨 후보는 과거 포르노 사이트에서 자신을 ‘흑인 나치’로 칭하고 ‘노예제 부활 찬성’ 등의 발언을 한 사실이 드러나 후보 사퇴 요구를 받고 있다.

트럼프의 이 같은 행보는 강성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이끌어 내려는 고도의 전략으로 해석된다. 악재를 악재로 덮고, 정당한 지적은 자신을 향한 ‘음모론적 공격’이나 ‘가짜 뉴스’로 치부하며 강성 지지층을 결집시켜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눌렀던 2016년 대선 때와 같은 방식이다. NYT는 “해리스가 주요 경쟁 주(州)를 돌며 트럼프가 민주주의와 국가 미래에 위협이 된다는 메시지를 내는 동안 공화당은 철 지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적 브랜드에 다시 빠져들었다”고 평가했다.


해리스 지지율 앞서지만 트럼프 호감도도 늘어

공화당 내에서도 트럼프식 전략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온건한 공화당 지지층이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하지만 트럼프를 멈춰 세우기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 많다. 특히 15일 트럼프를 겨냥한 2차 암살 시도가 분수령이었다. 대선이 초박빙 승부로 흘러가면서 선거판 자체가 극심하게 양극화하는 상황에서 지지자 결집을 노린 것이다. 지난 7월 첫 암살 공격 뒤 '통합' 메시지를 냈던 트럼프는 2차 암살 시도 직후에는 "사회주의 좌파의 수사학"이라며 해리스 후보를 직격했다.

유권자들이 이미 ‘트럼프식 스타일’에 익숙해졌다는 점도 그가 ‘어게인 2016’을 밀어붙일 수 있는 배경으로 꼽힌다. 일례로 19일 공개된 NYT·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시에나 칼리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약 90%가 ‘트럼프에 대해 더 알 필요 없이 투표할 수 있다’고 답했다.

TV 토론 이후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해리스가 트럼프를 앞서고 있지만 동시에 트럼프에게 호의적이라고 답한 유권자도 늘어난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지금은 무당층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보다 강성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이끌어 내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 강성 지지층은 2016년 대선 당시 논란이 된 “유명인이면 여성의 성기를 움켜쥐어도 괜찮다”는 트럼프의 발언을 수년간 무시했다며 “(상대 후보가 트럼프 지지자의) 당파적 충성심을 뚫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