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반도체 기업에 ‘정부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반도체산업 생태계 강화 특별법안’(반도체 특별법)을 조만간 발의한다. ‘건전 재정’을 이유로 난색을 표했던 기획재정부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에 보조금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며 논의에 물꼬가 터졌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 지원 여부가 막판 쟁점으로 남았다.
여권 관계자는 23일 “반도체 특별법 성안이 마무리 단계”라며 “이번 주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에게 보고한 뒤 당론으로 발의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고동진 의원과 박수영·송석준 의원이 따로 발의한 반도체 특별법을 하나로 묶은 뒤 기획재정부와 최종 문구를 조율 중이다.
반도체 특별법을 두고 당정 이견은 컸다. 여당은 미국(54조 원) 중국(130조 원) 일본(22조 원) 등 주요국이 반도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천문학적 예산을 투입하는 만큼 우리도 보조금 지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기재부는 ‘재정 악화’를 의식해 보조금 지원을 거세게 반대했다. ‘대기업 특혜법’이라는 지적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기재부가 최근 한 발짝 물러나며 논의에 물꼬가 트였다. 여권 관계자는 “기재부가 소부장 기업에는 보조금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전했다. 소부장 분야에 집중하는 중소기업에 보조금 지원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1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정부가 재정을 아끼기 위해 우리 기업에 대한 지원 의사가 없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 지원할 의사를 갖고 있다”고 했다.
막판 쟁점은 ‘대기업 지원 여부’다. 여당은 반도체 특별법에는 ‘보조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문구를 담고, 구체적 지원 대상과 금액은 대통령 직속 반도체산업특별위원회에 맡기자는 입장이다. 재정적 여유가 있을 경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대기업도 지원해 주자는 얘기다. 반면 기재부는 ‘대기업 지원은 세액 공제 방식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당이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하면 국회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야당도 반도체 기업 지원에 적극적이기 때문이다. 앞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100조 원 규모의 정책 금융과 세제혜택을 지원하는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했다. 다만 26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법안을 처리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해 10월 이후 통과가 가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