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이 심상치 않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10·16 재보궐 선거가 열리는 전남 영광을 찾았다. 호남 민심이 심상치 않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그래도 최근까지 텃밭인 영광군수와 곡성군수 선거 승리는 자신했다. 하지만 먼저 뛰어든 조국혁신당의 상승세가 이 대표의 호남행을 재촉했다. 11월 15일 예정된 이 대표의 1심 선고 등을 앞두고 자칫 호남에서 한 곳이라도 내줄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재보선을 대하는 이 대표의 마음가짐은 지난 20일 열린 재보궐선거 총괄지원단 비공개회의에서 드러났다. 이 대표는 영광에서 조국혁신당과 접전을 벌이는 여론조사 결과를 거론하며 "이렇게 가면 지방선거 전체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우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광 지역구 의원인 이개호 의원을 찍어 "정치적 상황을 고려했을 때 굉장히 중요한 선거"라며 "지역민들을 생각하면서 긴장감을 가지고 선거에 임해달라"고 강조했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 전남지사 후보군으로 꼽히는 이 의원의 "정치적 상황"까지 거론하며 승리를 당부한 셈이다.
실제 지역 여론조사를 보면 영광에서 민주당은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KBC광주방송이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11, 12일 이틀간 영광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표본오차는95% 신뢰수준에 ±4.4%p) 결과, '정당 후보 지지율'은 민주당 30.1%, 조국혁신당 36.3%로 나타났고, '당선가능성'은 민주당 39.9%, 조국혁신당 32.0%로 모두 오차범위 이내 접전이었다. 영광은 그간 민주당 후보와 무소속 후보가 번갈아 당선될 정도로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지역으로 꼽힌다. 게다가 무소속 출마자였던 양재휘 후보는 최근 출마를 포기하고 조국혁신당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곡성은 민주당의 압도적 우위가 점쳐지는 만큼, 조국혁신당이 영광 선거에 집중할 경우 호각세는 막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이 대표는 이날 영광을 시작으로 곡성과 부산 금정까지 잇따라 순회 일정을 잡고 재보선 지원단도 확대됐다. 애초 조직사무부총장인 황명선 의원을 지원단장으로 하는 4인 체제였지만 김성회 당 대변인, 강위원 전 당대표 특보 등 4인이 추가로 합류했다. 특히 과거 2차 가해 논란에 더해 최근 광주시당위원장 선거에 낙마한 강 전 특보 합류에 반대 여론도 있었지만, 강 전 특보가 '영광군' 출신이라는 점과 영광 소재 농촌복지공동체인 '여민동락'을 20년 가까이 운영했다는 점에 합류를 결정했다. 결국 선거 승리가 우선한다는 판단이다.
이 대표는 이날 전남 영광군에서 열리는 현장 최고위 직전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영광 선거는 특별한 의미가 있다"며 "소위 민주당 2기 지도부가 맡아서 치르는 첫 선거이고, 만약에 이게 결과가 이상하게 나오면 민주당 지도체제 전체가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기초단체장 선거에 민감한 것은 예정된 정치 상황과 무관치 않다는 반응이다. 호남 출신은 아니지만, 호남을 텃밭으로 하는 민주당 대표 입장에서 압도적 승리를 하지 못할 경우, 이는 곧 리더십에 상처를 낼 수 있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 대표의 최대 약점인 사법리스크의 시작을 알리는 공직선거법 1심 선고공판이 재보선 한 달 뒤에 예정돼 있고,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귀국 등 경쟁자들의 움직임도 가시화할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영광군수 재선거 패배는 결정적이진 않지만, 이 대표를 흔들 명분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당연히 이 대표 입장에선 승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자세한 여론조사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