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명 사상' 영풍 대표·석포제련소장 구속 기소… 첫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입력
2024.09.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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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안전보건법·화학물질관리법 등 혐의

지난해 4명의 사상자를 낸 경북 봉화군 영풍 대표와 석포제련소장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영 책임자인 원청 대표 등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구지검 안동지청은 23일 박영민 영풍 석포제련소 대표이사와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유해물질 밀폐설비나 작업장소 인근에 충분한 배기장치를 설치하지 않았고, 유해물질의 위험성에도 관련 평가 등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박 대표에 대해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제련소장으로 재직해 내부 상황을 잘 알고 있었고, 대표이사로 취임한 2022년 2월에도 아연정제 공정에서 근로자가 비소에 급성중독된 사례를 보고받았다"며 "2022년 하반기 외부기관 위탁점검 시 동일한 문제점이 다수 지적됐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경영 책임자로서 책임을 물었다"고 설명했다. 배 소장에 대해서는 "아연정제 공정에서 발생하는 비소 측정 데이터의 삭제를 모의한 데다 실제로 데이터를 삭제하는 등 조직적인 인멸 정황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 밖에 검찰은 원청 및 하청 임직원 8명을 산업안전보건법과 화학물질관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12월 6일 영풍 석포제련소 1공장 2층에서 아연 슬러지가 담긴 탱크 모터 교체 작업을 하던 작업자 4명이 비소 중독으로 병원에 옮겨졌다. 하청업체 노동자 A씨는 작업 다음 날부터 복통 등 이상증세를 보였고, 상태가 급격히 나빠져 3일 만에 숨졌다. 다른 노동자 3명도 비소에 중독돼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들은 비소가 산과 접촉할 때 발생하는 유독성 가스에 장시간 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 중대재해 사건에 대해 근로자의 생명과 신체의 보호라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입법 취지가 실현될 수 있도록 증거와 법리에 따라 엄정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안동= 김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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