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돌봄 비용이 미국 대선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돌봄 비용 상승률이 최근 전체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의 두 배 이상으로 치솟는 등 부담이 커진 탓이다. 아이를 맡길 공공 보육 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정부 지원금마저 들쑥날쑥하면서 부모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자녀 돌봄을 위해 일을 그만두는 여성 경력 단절 문제도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22일(현지시간) “급증하는 육아 비용이 투표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며 보육비 부담이 이번 대선의 쟁점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돌봄 비용 부담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지속적으로 늘었다. 주거비에 이어 가계를 쪼들리게 하는 두 번째 원인으로 꼽힐 정도로 부담이 커졌다.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아동 돌봄 등을 제공하는 데이케어(미국식 어린이집)·프리스쿨(미국식 사립 유치원) 관련 물가상승률은 6.2%(8월 기준)로, 전체 물가상승률(2.5%)의 2.5배를 넘어섰다.
네바다주(州) 리노에 거주하는 소니아, 제임스 크레치머 부부는 주택담보대출보다 돌봄에 더 많은 돈을 쓴다고 WP에 말했다. 고등학교 교사인 이 부부는 3세 쌍둥이 돌봄과 8세 아들의 방과후 보육에 매달 2,700달러(약 360만 원)를 쓴다. 축구 코치와 바텐더 등 아르바이트까지 하고 있지만 생활비가 부족해 신용카드 빚을 내 근근이 버티고 있다. 전국적으로 공공 보육 시설이 부족한 탓이다. 네바다주는 돌봄이 필요한 아동의 4분의 3 가까이가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한다.
경력 단절 문제도 심각해지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6만9,000명의 정규직 노동자가 육아 문제로 일을 그만뒀다. 특히 남성보다 여성의 비율이 3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 직장을 그만둔 미스티 그라헤다(29)는 “정규직으로 일하고 싶지만 보육비가 너무 비싸 감당이 안 된다”고 WP에 한탄했다.
비영리재단 카이저가족재단(KFF)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선 유권자 등록을 마친, 자녀를 둔 여성의 3분의 1 이상이 과도한 ‘돌봄 비용’ 문제를 우려했다. 이들의 표가 어디로 향할지는 불확실하다. 유권자들은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공약이 구체적이라는 반응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때가 오히려 나았다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브루킹스 마운틴 웨스트의 케이틀린 살라디노 이사는 "(육아는) 비당파적 문제”라며 “부모들이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고, 선거가 다가오면서 더욱 큰 초점이 되고 있다”고 WP에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