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어제 취임 두 달을 맞았다.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62.8%의 압도적 득표율로 당선됐음에도 리더십에 대한 평가는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다. 스타성과 달변을 바탕으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에서 실력을 발휘하고 있지만, 전공의 이탈 같은 시급한 현안에는 당정 간 이견을 해결하지 못하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탓이다. “민생과 국민 눈높이에 반응하고 외연을 확장하겠다”는 취임 일성과 달리, 추석 연휴 직전(한국갤럽 기준)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각각 20%, 28%로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배경 중 하나다.
여권에선 한 대표의 소통 방식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가 적잖다. 특히 당정 갈등 국면에서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위해 한 대표가 언론을 이용하는 방식이 그렇다. 지난달엔 김경수 전 경남지사에 대한 복권 반대 입장이 보수 언론에 공개됐고, 지난 1월 비상대책위원장 당시엔 윤 대통령으로부터 사퇴 요구를 받은 사실을 언론에 흘려 역공을 폈다. 오늘 열리는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 앞서 한 대표의 독대 요청이 언론에 먼저 공개된 것에 대한 당정 간 신경전도 그 연장선에 있다.
당정 갈등 때마다 검사 시절 써왔던 언론 플레이를 통한 국면 전환 시도가 이제는 한 대표의 당내 리더십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친윤석열계를 포함해 당내 의원들과 소통 강화를 위해 식사 정치를 진행하고 있다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도 그래서다. 오히려 한 대표의 지나친 언론 플레이에 당정 갈등이 반복되면서 검찰 출신 원외 대표의 한계라는 당내 우려가 점점 고개를 들고 있다.
여당 대표가 대통령실 입장을 무조건 따를 필요는 없다. 그러나 국민 건강과 직결된 의료개혁과 같은 난제를 추진하면서 소통 부재로 당정 이견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은 심각한 징후다. 대통령실이 민심과 동떨어졌다면, 공식 석상에서 확실히 지적하거나 물밑대화를 통해 국민 눈높이에 맞도록 끈질기게 설득하는 것이 여당 대표의 역할이다.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얻는 일이다. 한 대표가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 등 더 큰 정치를 꿈꾼다면 올바른 소통으로 여권의 신뢰를 얻는 모습부터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