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쓰레기 풍선 5500개 날렸다… 무차별 도발에 軍 "단호한 군사 조치"

입력
2024.09.23 12:30
5월부터 이날까지 22차례 살포
화재와 항공기 이착륙 차질 등 피해
軍 "선 넘으면 단호한 군사 조치"

군 당국이 23일 "북한이 날린 쓰레기 풍선으로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가 발생할 경우 단호한 군사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북한의 쓰레기 풍선 살포가 이달에만 10차례 발생하는 등 일상적 도발 양상으로 번지면서, 화재와 항공기 이착륙 차질 등 실질적 피해가 뒤따르자 직접적 경고에 나선 것이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의 쓰레기 풍선 살포 관련 입장문을 통해 "북한은 지난 5월 28일부터 이날까지 22차례에 걸쳐 총 5,500여 개의 쓰레기 풍선을 부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계속적인 쓰레기 풍선으로 우리 국민 안전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하거나 선을 넘었다고 판단될 경우, 우리 군은 단호한 군사적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단호한 군사 조치에 대한 구체적 기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다만 북한의 쓰레기 풍선 살포가 장기화하면서 공중 격추 등 군의 물리적 대응 필요성이 언급되는 데 대해 합참은 "공중 격추로 인해 예상치 못한 위해 물질이 확산될 경우 우리 국민 안전에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북한의 쓰레기 풍선으로 인해 불편함과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북한의 쓰레기 풍선을 근절시키는 근본적인 대책은 '적이 얻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쓰레기 풍선 살포에 대한 군의 경고는 이달 들어 ①살포 빈도가 높아지고 ②풍선에 장착한 큰 비닐 안에 작은 비닐 여러 개를 넣는 등 변칙 작전이 시도되는 데다 ③타이머 기폭장치 발화에 따른 화재나 인천 및 김포국제공항 활주로에서의 이착륙 지연 등 피해가 점점 확산되고 있어서다. 특히 풍선이 대통령실과 정부서울청사 등 국가 주요시설에 떨어지거나 해당 지역을 관통하는 일이 잦아지면서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날도 오전 5시 25분쯤 인천국제공항 인근 상공에서 쓰레기 풍선 1개가 발견돼 한 시간여 뒤 해상에 낙하한 사실이 확인될 때까지 활주로 운영이 중단됐고, 6시 55분쯤에는 인천공항 내 물류창고 등에서 쓰레기 풍선 잔해물이 발견돼 10여분 간 이착륙이 금지되는 등 피해가 반복됐다. 인천공항 이착륙 지연 피해는 북한의 쓰레기 풍선 살포 초반인 6월 2일부터 시작됐지만, 넉달 가량 지난 시점에도 별다른 대책 없이 수거에만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다.

북풍이 불 때마다 북한의 쓰레기 풍선 도발이 이어지면서, 군과 정부가 더 명확한 입장과 대응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쓰레기 풍선 도발이 일상화된 상태"라며 "정부로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대북전단 대응용으로 쓰레기 풍선을 쌓아 놨다가 풍향이 맞으면 지속적으로 보내는 것 같다"고 분석하면서 "북한의 쓰레기 풍선 살포 명분이었던 대북전단 살포 중단을 일시적으로나마 멈추도록 노력한 뒤 북한 반응을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