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가족·기초수급자 명의로 학교 매점 낙찰받아 76억 번 공무원… 징역 2년 확정

입력
2024.09.23 10:35
영업 수익 4억5800만원도 추징

학교 매점 운영권 입찰에 타인 명의로 참여해 수년간 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린 공무원에게 실형이 확정됐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업무방해 및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대전시청 공무원 성모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고 4억5,800만 원 추징을 명령한 원심을 지난달 29일 확정했다.

성씨는 2016~2022년 46회에 걸쳐 타인 8명의 명의를 빌려 대전권 공∙사립학교 20곳의 매점∙자판기 입찰을 따낸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낙찰 대상인 한부모가족, 65세 이상 노인 등 기초수급자들에게 수고비나 급여를 주겠다고 꼬드겨, 약 76억3,000만 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검찰이 기소한 업무방해죄∙위계공무집행방해죄 대신 입찰방해죄를 적용해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입찰방해죄가 두 혐의와 '법조경합' 관계에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개의 행위가 외관상 여러 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질적으로 한 개 죄만을 구성하고 있다고 본 것이다.

'매점 등 수익을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으로 보고 추징해야 한다'는 검찰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매점 등 영업수익의 발생 여부나 규모는 운영 방식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여지가 있어 범죄수익인 운영수익권에서 당연히 얻을 수 있는 재산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2심은 업무방해, 위계공무집행방해, 입찰방해 혐의를 법조경합이 아닌 '상상적 경합' 관계라고 판단, 1심보다 무거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상상적 경합은 한 개의 행위가 실질적으로 수 개의 구성요건을 충족하는 경우로, 해당하는 여러 개의 죄명 중 형벌이 가장 무거운 혐의로 처벌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업무방해죄는 '업무',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이 직무상 수행하는 공무'라는 광범위한 보호법익을 갖고 있는 반면, 입찰방해죄는 '경매 또는 입찰의 공정'이라는 특수한 보호법익을 갖고 있어 한 개 죄만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업무방해죄에 따른 양형을 선택했다.

항소심은 성씨가 매점과 자판기를 운영하며 벌어들인 돈도 범죄수익에서 유래한 재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고 최종적인 영업수익으로 계산된 4억5,800만 원에 대한 추징을 명령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을 수긍하고 성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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