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서 '좌파 대통령' 탄생… 민심은 "국가 부도 낸 정권 심판" 택했다

입력
2024.09.23 00:14
디사나야케 JVP 대표 득표율 42% 승리
"스리랑카 새 역사 쓸 준비 됐다" 환영
현 대통령 "미래 넘긴다" 대선 패배 승복

인도양 섬나라 스리랑카 대선에서 좌파 사회주의 성향 대통령이 탄생했다. 국가를 부도 사태까지 몰락시킨 현 정부에 대한 심판론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22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스리랑카 선거관리위원회는 전날 실시된 대선 개표 결과 야당 좌파 후보인 아누라 쿠마라 디사나야케(55) 인민해방전선(JVP) 대표가 42.3%를 얻어 승리를 확정지었다고 발표했다. 중도 성향 제1야당 국민의힘연합(SJB) 사지트 프레마다사(57) 대표는 득표율 32.7%로 2위에 머물렀다. 재선을 노렸던 라닐 위크레메싱게(75) 현 대통령은 득표율 17.2%로 3위에 그쳤다. 전날 실시된 대선에서는 유권자 1,710만여 명 중 약 76%가 투표한 것으로 집계됐다.

디사나야케 대표는 승리 확정 뒤 엑스(X)를 통해 "이 승리는 우리 모두의 것"이라며 "함께, 우리는 스리랑카 역사를 다시 쓸 준비가 됐다"고 환영 입장을 냈다. 위크레메싱게 대통령은 "이 나라의 미래를 새 대통령에게 넘긴다"며 대선 패배 승복 의사를 밝혔다.

이번 스리랑카 대선은 그야말로 격동 속에서 실시됐다. 최근 몇 년간 기득권의 부정부패, 경제 정책 실패, 코로나 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등 여파로 국가 경제가 파탄으로 치달았기 때문이었다. 급기야 2022년 5월 분노한 시민들이 수도 콜롬보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점령해 고타바야 라자팍사 당시 대통령을 몰아냈고, 당시 총리였던 위크레메싱게가 잔여 임기를 이어받았다. 위크레메싱게 정부는 지난해 3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9억 달러(약 4조 원)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다.

따라서 향후 다사나야케 대표의 책임은 막중할 수 밖에 없다. IMF 구제금융 및 고강도 긴축 재정으로 스리랑카 경제에 급한 불은 일단 꺼졌으나, 부패한 정치문화 척결 및 높은 생계비 저감 등 현안이 산적하다. 스리랑카 국민들이 2019년 대선에서 득표율이 3%대에 머물렀던 다사나야케 대표를 차기 국가 지도자로 선출한 것 역시 대대적 개혁을 바라는 민심이 반영됐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다사나야케 대표는 2022년 시위로 산산 조각난 스리랑카 정치 지형의 중심으로 올라섰다"며 "그가 얻은 강력한 득표율은 국민들에게 극심한 고난을 초래했던 현 정부 리더십에 대한 유권자의 피로감을 반영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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