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에 따른 '인지력 논란'으로 올해 11월 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중도 하차한 조 바이든(82) 미국 대통령이 정상 외교 무대에서 또다시 실수를 저질렀다.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 정상들과 만난 자리에서 꺼낸 비공개 발언이 전원이 꺼지지 않은 마이크를 통해 장외로 흘러나갔다. 심각한 '돌출 발언'은 없었으나, 외교 관례에 어긋난 행동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2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델라웨어주(州) 윌밍턴에서 열린 '쿼드(Quad·미국 일본 호주 인도 4개국 안보협의체)' 정상회의에서 "중국이 계속 공격적으로 행동하면서 이 지역 전역에서 우리 모두를 시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비공개회의에서 나왔지만, '핫 마이크'(hot mic·꺼진 줄 알았으나 켜져 있는 마이크)를 통해 취재진에게 전달됐다.
이날 실수로 유출된 바이든 대통령 발언은 전부 중국을 겨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은 자국 내 경제 문제에 집중하고 중국 혼란을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중국 이익을 공격적으로 추구하기 위해 외교적 공간을 필요로 한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경제 및 기술 문제를 포함한 여러 분야에서 우리를 시험하고 있다"며 "치열한 경쟁에는 치열한 외교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국 내 경제 침체 우려에 대한 돌파구로 세계 시장 진출을 꾀하는 시 주석을 견제하기 위해 쿼드 동맹국들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 같은 바이든 대통령 발언은 그간 관례에 비추면 매우 이례적이었다. 쿼드는 실질적으로 중국 견제 협의체로 평가받지만, 정작 정상회의 공동성명 등에서는 '중국'을 직접 거론하는 것은 피했기 때문이다. 표현 하나가 함축적 의미를 갖는 외교 무대 특성상 상대국에 반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는 요소들을 원천 차단할 목적이었다. 실제 이날도 쿼드 정상들은 공동성명에서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은 채 "최근 해상에서의 공격적인 행동에 심각한 우려"만을 표했다.
그러나 이날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을 직접 겨냥한 발언을 쏟아내며 '모두가 알지만 공식적으로는 쉬쉬하던' 쿼드의 '중국 견제 본색'이 드러났다고 미국 언론들은 설명했다. 블룸버그는 "(이날 쿼드 공개발언에서) 쿼드 정상들은 지역 라이벌(중국)에 대한 명확한 언급 없이 따듯한 말로 회의를 시작했다"면서도 "기자들이 방에서 떠나자마자 (바이든 대통령)은 '제1 주제'인 중국 이야기를 꺼냈다"고 평가했다. 이날 회의는 내년 1월 퇴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이 참여하는 마지막 쿼드 정상회의이기도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