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2일 별세한 재야 시민운동가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 원장에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으로 우리 시대를 지킨 진정한 귀감이셨다"고 애도했다. 국민의힘은 "고인은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었다"며 추모 물결에 동참했으며, 야권 인사들도 "안식을 빈다"며 명복을 빌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은 당 차원의 별도 추모 논평을 내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장 원장의 별세 소식을 들은 뒤 "장 선생의 뜻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정혜전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영원한 재야'로 불리던 장 원장은 지난 7월 "할 만큼 했다, 이룰 만큼 이뤘다"며 담낭암 말기 진단을 스스로 알렸다. 병원엔 한 달 전쯤 입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상징이었다"며 고인을 추모했다. 한지아 수석대변인은 "한평생을 노동·시민운동에 바치셨지만 '국민 된 도리이자, 지식인의 도리로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일체의 보상을 마다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의 삶처럼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민생을 꼼꼼히 챙기겠다"며 "고인이 강조하셨던 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도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했다.
장 원장은 1966년 서울대 법학과에 입학한 뒤 '전태일 분신 사건'을 계기로 민주화운동에 본격 뛰어들었다. 서울대 내란음모사건과 민청학련사건 등으로 5번에 걸쳐 9년가량 수감 생활을 했지만 이후 민주화 운동 보상금 수령을 "받으면 안 되는 돈"이라며 거절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민주화와 개혁의 큰 별이셨다"며 "고인의 헌신과 열정은 우리 모두의 가슴에 깊이 새겨질 것"이라고 추모했다. 허은아 개혁신당 대표도 "민주화를 위해 평생을 헌신하시며 언제나 약자의 편에 서서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싸우셨다"며 "그의 뜻과 유산은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길잡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역시 페이스북에 "전태일 열사의 '대학생 친구'였고, 반독재민주화운동의 선봉에 섰던 투사였다"며 "대학생 시절 김근태 선생과 함께 마음속 깊이 존경했던 대선배였다"고 적었다. 그는 "왜 전격적인 정치적 우향우를 했는지 상세히 알지 못한다. 영원한 안식을 빌 뿐"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장 원장 별세와 관련해 별도의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이 대표 등 민주당과의 연이은 악연 때문으로 해석된다. 장 원장은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중이던 2021년 9월 기자회견을 열어 "천화동인 1호에 이재명 경기지사 아들이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주장했고, 이에 명예훼손 혐의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이 대표를 겨냥해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2017년 대선 때는 문재인 당시 후보를 향해 "대통령 후보는커녕 정계에서 퇴출돼야 마땅하다"며 독자 출마를 선언하고, 2020년 총선에서는 보수정당인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입당해 총선에 나서는 등 민주당과 긴장 관계를 높여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