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총선 두 달 만에 '우경화' 정부 출범... 좌파연합 "내각 불신임" 반발

입력
2024.09.22 20:30
12면
마크롱, 바르니에 총리가 낸 내각 구성안 승인
대부분 중도·정통 우파 인사들... "우향우 뚜렷"
'하원 최다 의석' NFP 배제... 정국 안정 미지수

프랑스가 조기 총선 2개월여 만인 21일(현지시간) 새 정부 출범 작업을 마무리했다. 내각에 기용된 인사 38명이 대부분 중도 우파 또는 정통 우파 성향이라는 점에서 ‘우향우’ 기조가 뚜렷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이것으로 정국 불안이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7월 총선에서 하원 최다 의석을 차지하고도 정부 구성에서 배제된 좌파연합은 ‘내각 불신임’을 추진하겠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선거로 드러난 민의를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정부를 꾸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비난하는 반(反)정부 시위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내각 명단 발표가 또 다른 혼란의 신호탄일 수도 있는 이유다.

'33세 정치신인' 재무장관, '반이민 강경파' 내무장관

프랑스 AFP통신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미셸 바르니에 신임 총리가 제출한 내각 명단을 승인했다. 지난 7월 7일 조기총선 결선 투표 이후 11주 만이자, 이달 5일 우파 공화당 소속 바르니에 총리가 임명된 지 2주 만이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프랑스를 정치적 혼란에서 벗어나게 하기 위한 내각을 꾸렸다”고 전했다.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재무장관에 오른 ‘33세 정치신인’ 앙투안 아르망이다. 2017년 마크롱 대통령의 대선 캠페인을 지원한 뒤 2022년 의회에 입성한 아르망은 ‘국가재정 적자 해결’이라는 난제를 떠맡게 됐다. 이민정책을 맡는 내무장관에는 ‘반이민 강경파’인 공화당의 브뤼노 르타이오 상원 원내대표, 외무장관에는 중도 성향이자 유럽연합(EU) 무대 경험이 많은 장 노엘 바로가 각각 임명됐다.

동거정부 '한계' 속 캐스팅보트는 '극우' 르펜

문제는 동거정부(대통령과 총리의 소속당이 다른 정부)의 한계다. 중도 우파(마크롱)와 정통 우파(바르니에)가 손잡고 ‘우익 정부’를 출범시켰지만, 결집 기반은 약할 수밖에 없다. 실제 두 사람은 내각 인선 과정에서 의견이 엇갈리며 진통을 겪기도 했다. 정치 분석가인 알랭 뒤아멜은 이번 내각 명단을 두고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2007~2012년 재임) 집권 기간 이후, 가장 우경화된 정부”라며 “실제 권력은 의회에 있을 텐데, 좌파와 극우 등 야권이 마크롱-바르니에 정부 운명을 손에 쥐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

새 정부가 조기에 좌초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원 과반에는 못 미치지만 원내 최대 세력인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 소속 정치인들은 이날 즉각 ‘내각 불신임안’을 제출해 우파 정부 출범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의회에서는 이미 NFP가 주도하는 ‘마크롱 탄핵 절차’도 개시된 상태다.

이 때문에 눈길은 ‘극우파’ 마린 르펜이 이끄는 국민연합(RN)에 쏠리고 있다. 마크롱-바르니에 정부의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서는 RN의 ‘암묵적 지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르펜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번 내각 구성은) 유권자의 열망에 부합하지 않는다. ‘과도 정부’가 될 것”이라는 게시물을 올리며 순순히 협조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김정우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