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메프방지법'에 정작 티몬과 위메프는 빠지나... 법 개정 난항 예고

입력
2024.09.22 19:00
15면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안 준비 중인 정부 
‘수익 1000억·거래 1조’ 시 티메프는 빠져
김병기 의원 "업체 규모별 보완책 필요"

정부가 추진하는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재발방지법'에서 정작 티메프가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정부 내 이견도 큰 상황이라 입법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22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막기 위해 대규모유통업법 개정을 준비 중이다. 일정 규모 이상인 전자상거래(e커머스)업체의 판매대금 정산 주기를 단축하고, 판매대금을 유용하지 못하도록 별도로 관리하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 등은 9월 중 개정 작업을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인데 부처 간 이견이 커 초안 공개 시 단일안을 내놓지 못했다.

논의 중인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기준은 두 가지다. 중개 거래 수익 100억 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 금액 1,000억 원 이상 기업(1안)이거나 중개 거래 수익 1,000억 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 금액 1조 원 이상 기업(2안)이다. 문제는 2안으로 할 경우, 이번 사태를 초래한 티몬과 위메프가 규제 대상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가장 최근까지 공개된 티몬과 위메프의 매출액이 각각 1,205억 원(2022년), 1,268억 원(2023년)인데, 이 중 중개 거래 수익의 비중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2안 기준보다 밑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역시 어느 기업까지 법 적용 대상이 될지 명단을 공개하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가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보낸 답변서에 따르면 1안의 경우 30~40개의 업체가, 2안의 경우 20개 내의 업체가 법 적용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네이버 등 규모가 큰 플랫폼은 규제 대상에 들어가지만, 중개 거래 수익이 1,000억 원 미만인 대다수 업체는 빠질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미정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규모가 작은 플랫폼에 물건을 넣지 않는 판매자도 늘고 있다"며 "오히려 정부 규제가 중소 플랫폼 기업에 대한 불안감을 키울 수도 있고, 중소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전혀 막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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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산 기한을 두고도 1안(10~20일)과 2안(30일 이내), 대금 관리 비율에 대해서도 1안(100%)과 2안(50%) 간 차이가 큰 상황이다. 정부 관계자는 "1안은 소상공인과 입점업체 보호 등에 방점을 둔 공정위 안, 2안은 중소 플랫폼의 혁신 문제를 고려한 중기부 안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정부 안에서도 입장 차가 있다"며 "공청회를 통해 최종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은 "제2의 티메프 사태를 막고자 만드는 방지법에 티메프가 빠지게 되는 건 본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업체 규모별로 다르게 규제하는 등 촘촘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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