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내일 용산에서 당정 간 만찬 회동을 한다. 한 대표는 대통령과의 독대도 요청했다. 두 사람의 공식 회동은 7·23 전당대회 다음 날 만찬 후 약 두 달 만이다. 정국이 난마처럼 얽힌 지금 국정 동반자 간 이토록 소통이 없는 것부터 정상이라 할 수 없다. 더욱이 윤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예고된 당정 만찬을 돌연 추석 이후로 미룬 감정적 앙금 위에 이뤄지는 것이다. 당시 한 대표가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유예 방안을 제시하며 양측 간 갈등이 빚어진 만큼 이번 회동은 국민 관심이 더욱 높다. 지지율 동반 추락의 정치적 위기를 겪는 두 사람이 국민 앞에서 잡음을 낼 상황이 아님을 우선 직시하기 바란다.
최대 현안인 의료개혁과 관련해 양측은 이견을 극복하고 의료현장에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 ‘연휴 응급실 대란’은 고비를 넘겼지만 의정갈등 장기화로 의료취약지역의 응급실은 풍전등화다. 당장 여야의정 협의체 가동에 대한 실질적 유인책을 짜내는 게 국민에 대한 의무나 다름없다. 협의체 출범을 위해 내년도 의대증원 문제 등 모든 안건을 열린 자세로 논의해야 할 것이다.
김건희 여사에 냉랭한 민심을 어떻게 극복할지야말로 머리를 맞대야 할 시급한 현안이다. 여권 내부에서도 명품백 사건 대국민사과 및 제2부속실 설치 등 국민감정을 가라앉힐 최소한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속출하고 있다. 정치권은 새로운 의혹인 김 여사의 총선공천 개입설로 시끄럽다. 김영선 전 의원이 2022년 경남 창원의창 재보선 때 공천을 보장받았고 배후에 김 여사가 있었다는 등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예단할 순 없지만 또 하나의 정국불안 요인이 추가된 것이다.
두 사람은 벼랑 끝에 섰다는 절박한 각오로 이번 회동에 임하기 바란다. 당장 10월 재보선을 앞둔 여당은 1년 전 서울 강서구청장 선거처럼 용산에 끌려갈 것인가. 언론에 “대통령실 생각이 민심과 동떨어져 있다”고 공개 비판한 대로 한 대표는 ‘국민 눈높이’에 맞는 국정방향 쇄신을 적극 건의해야 한다. 윤 대통령도 민심수습 의지를 보여야 한다.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비상시국임을 인식하고 국민 마음을 되돌려 국정동력을 찾을 해법이 뭔지, 밤샘 회동을 불사한 채 고민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