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지만 색깔은 다르다...정기선 VS 김동관, 휴스턴 가스텍에서 개성 보여줬다

입력
2024.09.24 12:00
17면
조선 계열사 직책 달라 운신 폭에 차이
같은 B2B지만 그룹 주력 업종·문화 달라
둘 사이 '재계 절친' 모습 사라진 지 오래


조선업계 신흥 라이벌로 주목받고 있는 정기선 HD현대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미국에서 열린 한 산업 전시에 나란히 참석했다. 조선업계 차세대 리더인 이들은 이번 출장길에서 서로 다른 스타일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원래 재계 인사 중 '절친'으로 알려졌는데, 1982년생인 정 부회장이 1983년생인 김 부회장보다 손위다.

24일 HD현대와 한화그룹에 따르면 정 부회장과 김 부회장은 미국 휴스턴에서 17~20일(현지시간) 열린 세계 최대 가스 전시회 '가스텍(Gastech) 2024'에 각각 참석했다. 두 회사는 특히 전기추진 액화수소 운반선과 암모니아 추진선 신기술을 내놓아 선박·해운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움직임은 사뭇 달랐다. 정 부회장은 전시 첫날부터 선급과 선사 관계자를 잇따라 만나며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HD현대는 이번 전시를 통해 글로벌 선급 및 기업으로부터 총 16개의 기술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반면 김 부회장은 18, 19일 전시장을 찾으면서도 상대적으로 조용히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그 역시 선사와 선급 관계자들을 만나며 사업 논의를 벌였다. 한화오션은 미국, 노르웨이, 프랑스 선급 등으로부터 친환경 선박 추진 기술을 승인받았다.

조선업계에서는 조선 계열사에서 두 사람의 직책이 다르다는 점을 이 같은 차이의 가장 큰 배경으로 꼽았다. 정 부회장은 HD현대의 조선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 대표이사다. 반면 김 부회장은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대표이사이지만 한화오션에서는 기타 비상무이사만 맡고 있다. 한화그룹은 2023년 5월 옛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해 한화오션으로 이름을 바꿨다. 조선 계열사 관련 활동에서 현 직책상 정 부회장과 비교해 김 부회장의 활동 반경이 좁을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대외활동' 활발한 HD현대, '보안' 중시하는 한화


그룹 내 주력 업종에 따른 기업 문화의 차이도 이들의 스타일이 엇갈리는 원인으로 풀이된다. 두 사람이 관할하는 사업 분야는 기업간거래(B2B)를 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조선, 건설기계, 정유 등이 주력인 HD현대는 세일즈를 위한 대외 활동이 두드러진다. 반면 한화그룹은 보안을 매우 중시하는 방위산업이 뿌리이자 주력 사업이다. 김승연 회장을 잇는 한화그룹 오너 3세 삼형제(김동관 김동원 김동선)의 사업 분할 구도에서 김 부회장은 방산, 항공·우주, 신재생에너지 등을 맡았다. 이번 전시와 관련해서도 HD현대 측은 정 부회장의 출장 일정을 처음부터 언론에 적극 알렸지만 한화그룹 측은 상반된 모습이었다.

두 사람은 6월 그리스에서 열린 조선·해양 박람회 '포시도니아 2024'에도 나란히 참석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지난해 5월 아랍에미리트(UAE) 국빈 방문, 같은 해 6월 베트남 국빈 방문에도 나란히 경제사절단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재계 절친'으로 알려졌던 이들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다정하게 대화를 주고받는 모습이 언론사 카메라에 포착된 이후 이 같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한국형 차기구축함(KDDX) 사업을 놓고 소송전을 벌이며 경쟁 업체 간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두 사람은 휴스턴 전시장에서도 만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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