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만찬 회동을 한다. 의정 갈등을 비롯해 김건희 여사·채 상병 특검까지 난제가 쌓여있다. 양측이 어느 선까지 다루면서 이견을 좁힐지가 관건이다. 다만 한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한 사실이 알려지자 서로 만나기도 전에 신경전이 시작돼 호락호락한 분위기는 아니다.
한 대표는 대통령실 참모와 당 지도부가 참석하는 공식 만찬에 앞서 윤 대통령과 따로 만나고 싶다는 뜻을 대통령실에 전달한 것으로 22일 확인됐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본보에 “참석자만 20명이 넘는 만찬 자리에서는 현안에 대한 깊은 대화를 나누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라고 전했다.
대통령실은 "일단 들어보겠다"면서도 독대 수용 여부에 아직 답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독대 요청 사실이 흘러나오자 윤 대통령을 압박한다며 한 대표 측에 못마땅한 표정이다. 여권 관계자는 “물밑에서 자연스럽게 독대 자리를 논의하는 게 상식적인데 윤 대통령 순방 중에 요청 내용을 언론에 흘린 것에 대해 대통령실이 당혹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친윤석열계인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저렇게 얄팍하게 언론 플레이로 자기 정치하는 사람은 정말 처음 본다”고 한 대표를 직격했다. 체코 순방을 마치고 이날 귀국한 윤 대통령은 공항에 마중 나온 한 대표와 대화 없이 짧은 악수만 하고 헤어져 불편한 기류가 감지됐다. 반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는 1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이에 한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당 지도부 누구도 언론에 먼저 얘기한 적이 없다”며 누설 의혹을 부인했다.
독대를 하더라도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의정 갈등 해법에 대한 시각이 확연히 다르다. 한 대표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 참여를 이끌어내려면 내년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정부의 태도 변화가 전제라는 입장이다. 한 대표 측 관계자는 본보에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내년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정부가 '여야의정 협의체에서 열어 놓고 논의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요청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정부는 내년 의대 정원을 올해보다 1,509명 늘리기로 했다. 하지만 의료계가 반발하자 정부는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원점 재논의를 약속한 반면, 내년 의대 정원은 입시전형이 이미 시작된 만큼 되돌릴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달리 한 대표 측은 내년 증원 폭에 대해 '열어 놓고 논의하겠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만으로 의료계 단체들이 협의체에 참여할 명분이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이 외에 한 대표는 △블랙리스트 작성 의사가 아닌 사직 전공의에 대한 수사 유예 △정부-의료계 간 책임 공방 중단을 윤 대통령에게 건의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대통령실은 추석 연휴기간 의료 대란 없이 '선방했다'는 평가를 당과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정면 돌파' 기조를 고집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최근 민심 악화의 주원인으로 꼽히는 김 여사 문제도 비중 있게 다뤄질 수 있다. 한 대표는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해 "김 여사가 사과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혀왔다.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재개가 국민 정서에 어긋난다는 당내 우려를 윤 대통령에게 전달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김 여사 관련 사과에 회의적이다.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제 아내의 현명하지 못한 처신으로 국민께 걱정을 끼쳐드린 부분에 대해 사과를 드린다”고 언급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한 대표가 특검 이슈로 날을 세우기보다는 의정 갈등 해법을 도출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