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반도체 양대 산맥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3분기(7~9월) 실적이 시장 기대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①글로벌 경기 침체로 정보기술(IT) 제품 수요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②메모리 시장 성장을 이끌던 인공지능(AI) 투자 수요도 주춤해져 다운사이클(침체기) 진입에 임박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컨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매출 81조8,907억 원, 영업이익 11조7,025억 원이다. 이는 2분기 매출(74조683억 원), 영업이익(10조4,438억 원)보다는 높지만 이전 시장의 기대에는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 달 전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 영업이익 전망 평균치는 84조612억 원, 13조6,606억 원이었다. 당장 일주일 전 컨센서스(매출 82조2,933억 원, 영업이익 12조1,432억 원)보다도 수천억 원씩 줄었는데 특히 15일 외국계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겨울이 곧 닥친다(winter looms)'란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를 26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낮춘 후 국내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이전보다 최대 29.5%(신영증권)까지 대폭 낮췄다.
SK하이닉스도 정도는 덜하지만 갈수록 실적 전망이 낮아지는 추세는 비슷하다. 3분기 매출은 한 달 전 18조3,886억 원을 낼 거라 예상됐지만 20일 기준 18조1,999억 원으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전망치도 7조960억 원에서 6조9,375억 원으로 줄었다.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를 저격했지만, 국내 증권사들이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 기대를 더 낮춘 배경은 이렇다. 모건스탠리는 보고서에서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낮춘 이유로 ①D램 메모리 수요가 줄고 ②고대역폭메모리(HBM)는 공급 과잉 우려가 높다고 밝혔다.
국내 반도체 애널리스트들도 IT 제품이 애초 시장 기대보다 안 팔려서 범용 D램 수요가 줄 거라는 예상에는 대부분 공감한다. NH증권은 "스마트폰·PC(개인용 컴퓨터) 수요는 예상했던 수준을 하회 중"이라며 "일반 D램 턴어라운드(실적 회복)와 함께 물량적 우위를 가진 삼성전자의 수혜가 기대됐지만 예상보다 더딘 수요 회복으로 오히려 경쟁사 대비 약점으로 부각했다"고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이전보다 16% 낮췄다. 이 때문에 IT 제품을 직접 만들어 파는 삼성전자의 다른 사업 부문도 영향을 받아 실적 전망치가 낮아졌다. 유진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디스플레이(SDC) 실적도 기대를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며 3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17% 낮췄다. 모바일사업(MX)도 "(갤럭시 Z) 플립 6의 판매 성적이 전작에 미치지 못해 예상보다 부진하다"며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기존보다 11%가량 낮췄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대체로 HBM 수요는 견고하고 공급 과잉도 아니라고 본다. NH증권은 "엔비디아의 신제품 출시 지연과 성장률이 둔화됐고 비(非)AI 수요 둔화와 비수기 진입에 따른 단기 모멘텀은 제한적 상황"이라며 올해 영업이익을 기존보다 4.2% 낮췄지만 "HBM 공급 과잉은 이미 2025년 HBM 물량이 협의된 만큼 가능성이 낮다"고 밝혔다.
업계는 25일(현지시간) 미국 마이크론의 4분기(6~8월) 실적을 주목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 업체 중 가장 먼저 분기 실적을 발표해 '메모리 풍향계'로 불리는데 마이크론은 그동안 업황 침체로 적자에 시달리다 3분기(3~5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마이크론의 이번 실적을 통해 범용 D램, 낸드플래시 시장 침체 우려의 진위 여부가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