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수로 수도료 폭탄 맞은 한전… 법원 "관리 소홀은 한전 책임, 요금 내야"

입력
2024.09.22 15:22
무인사업소 누수라 현장검침 늦어져

수천만 원의 수도요금을 부과 받았다가 배관에 누수가 있었다는 사실이 참작돼 일부 요금을 감면받은 한국전력공사가 나머지 금액도 면제해달라고 소송을 걸었지만 패소했다. 법원은 수도 사용자인 한전에 전적인 관리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부장 김순열)는 한전이 서울 중부수도사업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하수도 요금 부과처분 취소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 판결했다. 양측 모두 항소하지 않아 판결은 7월 확정됐다.

수도사업소는 지난해 10월 한전이 운영하는 서울 중구 무인사업장에 수도요금 6,995만 원을 부과했다. 그해 2월 사업장에 직원이 없어 검침에 실패한 탓에 최신 기록인 전년 8월 사용량을 기준으로 요금을 산정해오다가, 10월에야 급등한 사용량이 확인돼 1년 2개월 치를 한 번에 물린 것이었다.

비상식적 수준의 수치가 계량기에 찍힌 원인은 사업장 화장실 바닥의 배관 매립구간에서 발생한 누수였다. 한전은 보수공사를 완료한 뒤 수도사업소에 누수로 인한 감면요율 적용을 요청했고, 수도사업소는 이를 받아들여 하수도요금 면제 등을 반영해 1,480만 원을 최종 부과했다.

한전은 그러나 이에 만족하지 않고 "수도요금 부과처분이 모두 취소돼야 한다"며 소송을 걸었다. 수도사업소가 1년 2개월간 현장검침을 실시하지 않고 교체 대상인 노후 계량기도 제때 바꿔주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들이 누수를 빨리 알아챌 수 없었다는 주장이었다.

법원은 수도사업소 손을 들어줬다. '급수설비에 대한 관리 의무는 사용자에게 있고, 이를 게을리해 발생한 손해 역시 사용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서울시 수도 조례가 근거였다. 한전의 신청으로 계량기 검사를 실시했지만, 정상으로 판정된 점도 이유였다.

재판부는 "원칙적으로 한전은 누수로 인해 증가한 수도 사용량에 대해 수도요금을 전부 납부할 의무가 있다"며 "원고가 현장검침을 위한 기본적인 협조요청을 다하지 않은 경우, 수도사업소가 안내문을 부착하는 것 외에 반드시 검침을 안내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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