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가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반토막' 낸 보고서를 발표하기 직전 SK하이닉스 주식을 100만 주 넘게 매도했다는 의혹이 커지면서 한국거래소에 이어 금융감독원까지 나섰다.
2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자본시장법 위반 가능성을 두고 모건스탠리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선행매매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한국거래소와 별개로 자본시장법 위반 행위가 있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서다.
모건스탠리는 이달 15일 SK하이닉스 주가를 기존 26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크게 낮추고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축소'로 두 단계나 한꺼번에 내리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후 첫 거래일인 19일 SK하이닉스 주가는 외국인 매도 물량만 240만 주 넘게 쏟아지며 11%까지 폭락했다가 전날 대비 1만 원(6.1%) 떨어진 15만2,800원에 마감했다.
문제는 이틀 전인 13일 모건스탠리 서울지점 창구에서 SK하이닉스 주식 101만1,719주 매도 주문이 체결됐다는 점이다. 이날 SK하이닉스 매도 물량 중 1위였으며, 2위(JP모건, 50만 주)와 비교해도 2배 이상 많았다. 당일 총매도 물량의 20% 수준이며, 종가 기준 금액은 약 1,647억 원이다. 다음 날 1만 원이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약 101억 원의 손실을 피할 수 있었던 셈이다.
단일 증권사 창구에서 하루에 100만 주 넘는 매물이 나오는 경우가 이례적인 만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선행매매 의혹이 불거졌다. 한국거래소는 계좌 분석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금감원은 보고서 작성 및 배포 과정의 규정 준수 여부를 살펴볼 예정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투자 보고서 내용이 사실상 확정된 때부터 공표 후 24시간이 지나기 전까지 증권사는 보고서 대상이 된 금융투자상품을 자기 계산으로(거래상 본인에게 손해나 이익이 돌아오도록) 매매해선 안 된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2021년에도 '반도체 메모리에 겨울이 온다(Memory Winter is Coming)'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면서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9만8,000원에서 8만9,000원으로, SK하이닉스 목표 주가를 15만6,000원에서 8만 원으로 낮춰 잡았는데, 이후 두 종목은 크게 타격을 입었다. 2017년 셀트리온과 삼성전자에 대해 목표 주가를 하향 조정했을 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다만 금융투자업계는 현재까지 정황만으로 자본시장법 위반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거래소 분석이 끝나기 전까진 모건스탠리 창구에서 이뤄진 매도 주문의 주체가 누군지 명확히 알기 어렵기 때문이다. 금감원 측은 "매매 주체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