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에서 일본어 쓰면 안 돼"... 중국서 일본인 어린이 피습에 불안감 확산

입력
2024.09.2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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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거주 일본인들, 자녀 안전에 만전 기해
'일본인 티 안 나게'… 표적 될라 전전긍긍
일본 정부, 상담가 중국 현지 파견 등 검토

중국에서 최근 발생한 '일본인 어린이 피습 사망' 사건 이후 중국 내 일본인들의 불안감이 급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일부 가정에서는 "바깥에선 일본어를 쓰지 말라"는 당부까지 나올 정도다.

22일 일본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중국에서 자녀를 키우고 있는 일본인 부모들은 자녀 보호에 각별한 신경을 쓰고 있는 분위기다. 중국 동북부 랴오닝성에 사는 40대 일본인 여성은 숨진 아이(10세)와 같은 나이의 자녀를 두고 있다며 "웬만하면 아이를 집 바깥에 다니게 하고 싶지 않다. 밖에서는 일본어로 말하지 말라고 교육한다"고 신문에 말했다.

일본인 학생이 주로 사용하는 책가방을 못 쓰게 하는 부모들도 있다. 범죄 표적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다. 중국인 아내와 랴오닝성 다롄시에 사는 60대 일본인 남성은 "일본인 학교에 다니는 딸에게 평범한 모양의 책가방을 메고 다니도록 했다"고 말했다.

중국에 거주 중인 일본인들의 동요를 가라앉히기 위한 일본 정부 차원의 대책도 모색되고 있다. 현지 일본인을 위해 온라인 상담을 실시해 온 일본 문부과학성은 아예 상담가들을 중국으로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에서 일본인을 적대시하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인데, 선전시에서 25년째 기업 인사 업무를 담당하는 한 50대 일본인 남성은 아사히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보면 반일(反日) 표현이 (과거보다) 늘었다"며 심각성을 전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일본인 대상 혐오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8일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시에서는 등교 중이던 일본인 10세 어린이가 중국인 괴한으로부터 피습을 당했고, 이튿날 병원에서 치료 중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올해 6월에도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에서 중국인 남성이 하교하던 일본인 초등학생과 엄마, 중국인 스쿨버스 안내원 등 3명을 상대로 흉기를 휘두르는 일이 벌어졌다.

도쿄= 류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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