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말부터 경쟁적으로 요금을 올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OTT 최강자 넷플릭스의 이용자 수는 제자리걸음인 반면 티빙, 쿠팡플레이 등 토종OTT는 성장세를 이어가면서다.
22일 앱 시장분석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8월 기준 넷플릭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수(MAU)는 1,121만1,161명으로 지난해 1월(1,401만2,131명) 이후 꾸준히 감소 추세다. 넷플릭스가 지난해 11월부터 같은 가구가 아닌 구성원과의 계정 공유를 제한하고 광고 없는 베이식 멤버십(월9,500원)의 신규 가입을 제한하는 등 사실상 구독료를 인상한 이후 감소세가 더 뚜렷해졌다.
반면 요금 인상을 단행했던 토종 OTT인 티빙과 쿠팡플레이는 이용자 수가 꾸준히 늘고 있다. 티빙의 MAU는 8월 783만 명으로 5월(731만 명)과 비교해 증가하고 있다. 티빙이 한국프로야구(KBO)를 독점 유료 중계하면서 '광고형 스탠다드 요금제(월 5,500원)'에 가입해야 KBO 경기를 볼 수 있도록 했지만 이용자가 줄지 않고 늘어난 것. 특히 티빙은 5월 연간 구독권 가격을 20% 인상했지만 이용자 이탈을 방어하고 있다. KBO 독점 중계뿐 아니라 최근 공개한 신작 독점 드라마 '손해 보기 싫어서' '엄마친구아들' 등이 관심을 모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쿠팡플레이의 8월 MAU는 685만 명으로 전월 대비 12.1% 늘었다. 쿠팡플레이의 MAU는 올해 들어 소폭 하락세였지만 다시 되살아난 것. 특히 8월 쿠팡 와우 멤버십 구독료가 인상됐지만 쿠팡플레이 이용자 수는 타격을 입지 않았다. 해외 축구팀 내한 경기 등 스포츠 중계를 특화한 덕에 빠져나간 이용자가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요금을 인상한 후 이용자를 많이 끌어모으지 못하자 다시 구독료 할인에 나선 경우도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최근 스탠다드 멤버십의 연간 구독료 40% 할인 이벤트에 나섰다. 디즈니플러스가 지난해 11월 프리미엄 요금제를 새로 만들며 요금을 40%가량 올린 뒤 구독자가 계속 감소하자 승부수를 던진 것. 디즈니플러스의 MAU는 285만 명으로 지난해 9월 394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후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OTT 업계에서는 이런 결과를 두고 구독 요금보다 콘텐츠 경쟁력에 소비자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넷플릭스는 '더글로리(2023년)', 디즈니플러스는 '무빙(2023년)' 이후 이렇다 할 흥행작이 없었다. 하지만 티빙과 쿠팡플레이는 스포츠 중계 콘텐츠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다양한 신작을 내세워 이용자를 공략하고 있다. 토종 OTT인 웨이브도 최근 '내 이름은 김삼순' 등 옛날 드라마를 다시 방영하며 콘텐츠 차별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OTT 업계 관계자는 "OTT 요금이 전체적으로 상향 평준화됐기 때문에 단순히 요금 할인 등으로 이용자를 끌어당기긴 어려울 것 같다"면서 "당분간 콘텐츠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