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호주·인도 정상이 공동 성명을 통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무기 개발을 비난했다. 러시아를 상대로는 북한에 핵·미사일 기술을 넘겨줘서는 안 된다고 단속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쿼드(Quad·4개국 안보협의체) 정상들은 21일(현지시간) 미 델라웨어주(州) 윌밍턴에서 정상회의를 한 뒤 이 같은 내용의 ‘윌밍턴 선언’을 발표했다. 4국 정상들은 선언에서 “(국제 정세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와 지속적인 핵무기 추구를 규탄한다”며 “이 행위들은 다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부연했다.
명시되진 않았지만 북핵과 묶어 특별히 겨냥한 나라는 러시아다. “우리는 역내와 역외에서 북한과 관련된 핵·미사일 기술의 확산을 방지해야 할 필요성을 강조한다”는 선언문 내용은 대(對)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탄약과 미사일 등을 받는 대가로 북한에 첨단 군사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이 있는 러시아를 염두에 둔 대목이다. 정상들은 “글로벌 핵 비확산 체제를 직접 약화시키는 북한과의 군사 협력을 심화하는 국가들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언급했다.
중국 역시 간접적으로 거론됐다. 정상들은 선언에서 “우리는 무력이나 강압에 의한 현상 변경을 추구하는, 불안을 조성하거나 일방적인 어떤 행동도 강하게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또 “최근 해상에서의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에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해상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를 가리킨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미·호주에 이어 이날 미일과 미·인도 정상회담을 사저에서 잇달아 열었다. 특히 미일 정상은 북한의 점증하는 핵 위협에 맞서 양국뿐 아니라 한국을 포함한 한미일 3개국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미일 3국 협력의 새 시대를 열 수 있게 해 준 기시다 총리의 용기를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오는 27일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하며 곧 총리직에서 물러나는 기시다 총리와 내년 1월 퇴임하는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으로서 만나는 마지막 양자 회동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쿼드 정상회의도 이번이 끝이다. 2004년 출범 뒤 장관급 회의체로 운영돼 오던 쿼드를 2021년 정상급으로 격상한 이가 바이든 대통령이었다. 고별 회의인 만큼 특별했다. 그가 사저가 있는 윌밍턴으로 외국 정상을 초청해 회의를 연 것은 처음이다. 주말과 겹쳤고, 정상 3명을 각각 사저로 불러 환대했다. 정상회의와 만찬은 자신의 출신 고교(아치미어아카데미)에서 개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바이든은 더러 ‘모든 정치는 개인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윌밍턴 사저에 정상들을 초청한다는 결정에는 ‘깊은 관계야말로 최고의 건설적 동맹 구축 방법’이라는 그의 확신이 반영됐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