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중 8명은 하청 노동자들이 정당한 처우를 못 받고, 원·하청 노동자 간 불평등의 책임이 정치권과 기업에 있다고 본다는 설문 결과가 나왔다.
노동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다단계 하청과 원·하청 불평등' 관련 설문조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하청 노동자들이 정당한 처우를 받지 못한다는 응답은 85.4%, 원·하청 간 임금 및 근로조건 격차가 심각하다는 응답은 83.9%였다. 또한 10명 중 8명 이상(83.1%)은 '원청 갑질'이 심각하다고 인식했다.
원청은 공사·제조를 위해 업무를 맡기는 회사, 하청은 발주된 일을 수행하는 회사를 뜻하는데 대개 원청은 대기업, 하청은 중소기업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대기업과 중소기업 직장인 평균 소득은 각각 591만 원, 286만 원으로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1999년만 해도 대기업 대비 중소기업 임금이 71.7% 수준이었으나 20여 년이 흐르며 격차가 현격히 벌어졌다.
이 같은 '노동시장 이중구조(불평등)' 문제에 대해 설문 참여자 대다수는 정부와 재벌·대기업, 정치권에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책임 소재를 묻는 질문에 43.8%가 정부, 26.4%는 재벌·대기업, 13.4%가 국회·정치권을 꼽았다. 경영계와 학계 일각에서는 대기업·정규직을 중심으로 임금인상 등 '자기 이익'을 우선하는 풍조 때문에 원·하청 격차가 커졌다고 주장하지만 시민 일반의 인식과는 거리가 있는 셈이다. 이번 조사에서 원·하청 격차가 정규직 노동자(5.9%)나 노조(6.6%) 때문이라는 응답은 적었다.
아울러 응답자의 79.7%는 원청 회사 성과를 하청 회사에 분배해야 한다고 봤고, 83.2%는 다단계 하청을 규제해야 한다고 답했다. 원청 회사가 1차 업체에 하청을 주고, 1차 업체가 또다시 2차, 3차, 4차 업체로 재하청을 주는 '다단계 하청'은 부실 공사, 중대재해, 임금 후려치기 등이 발생하는 구조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김현근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열악한 근로조건과 일상적인 차별을 넘어 (아리셀·한화오션 사고처럼) 생명까지 위협하는 원하청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현행 파견법 위반을 제대로 단속해야 한다"며 "나아가 원청에서 외부 노동력을 이용하는 과정과 결과 전반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