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살해된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의 지휘관 이브라힘 아킬은 미국이 테러리스트로 지정해 약 10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현상금까지 걸었던 인물로 나타났다.
20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이스라엘군의 레바논 베이루트 공습으로 죽은 아킬은 헤즈볼라의 특수작전 부대 라드완의 지휘관이자 헤즈볼라의 최고 군사 기구인 '지하드 위원회'의 일원이다. 지난 7월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헤즈볼라 최고위 지휘관 푸아드 슈크르에 이은 서열 2위의 지휘관으로도 전해진다.
아킬이 지휘하는 라드완은 헤즈볼라의 가장 강력한 공격 부대로, 국경을 넘는 침투 훈련을 받는다. 일부는 시리아 등 레바논 밖에서도 싸워왔다. 미 재무부는 시리아 내 헤즈볼라의 군사 행동에서 아킬이 "필수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라고 지목한 바 있다. 이스라엘이 그간 수 차례 아킬 암살을 시도했지만, 매번 살아남아 탈출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은 아킬이 350명 넘게 숨진 1983년 베이루트 미국 대사관 및 미국 해병대 막사 폭탄 테러를 지휘한 인물로 지목, 지명 수배해 왔다. 작년에는 그의 발견, 위치 확인, 체포, 유죄 선고로 이어지는 정보 제공에 대해 최대 700만 달러(약 93억5,000만 원)의 포상금을 걸었다.
미국은 또 아킬이 1980년대 말 레바논에서 벌어진 미국·독일인 인질 납치, 1986년 프랑스 파리 폭탄 테러 등에도 연루됐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2015년 아킬과 슈크르를 테러리스트로 제재했고, 미국 국무부는 2019년 아킬을 '특별 지정 국제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렸다.
이날 이스라엘군이 벌인 공습으로 아킬을 포함해 현재까지 12명이 숨지고 66명이 다쳤다고 레바논 보건부가 밝혔다. 이스라엘은 지난 17~18일 무선호출기(삐삐)·무전기 폭발 작전에 이어 이날까지 헤즈볼라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