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는 경선 후보 이탈, 보수는 여론조사 지연... 서울교육감 '후보 단일화' 삐거덕

입력
2024.09.20 18:00
진보 측 김재홍, 경선 하루 전 단독출마 선언
보수 여론조사는 후보 간 이견에 일정 연기
보수 진영 안양옥 "23일 이후로 연기해야"

보수·진보 진영의 서울시교육감 후보 단일화를 둘러싼 진통이 경선 초입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초 20일에 단일 후보 선출을 위한 여론조사를 시작하려 했던 보수 측은 여론조사 방식을 둘러싼 후보 간 이견에 일정을 미뤘다. 진보 측은 21일 경선 절차 개시를 하루 앞두고 경선에 참여하기로 했던 후보자가 이탈하는 등 다음 달 보궐선거를 앞두고 후보 난립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진보 진영 예비후보인 김재홍 전 서울디지털대 총장은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2024서울민주진보교육감추진위원회'(추진위)가 주도하는 단일화 경선 참여를 철회하고 독자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공동체 내 부적격 출마자를 가리는 자정을 기대했으나 거꾸로 가고 있다"며 경선 불참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경선 후보인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이 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경쟁후보를 매수한 혐의로 유죄가 확정돼 교육감직을 잃은 전력이 있는데도, 인지도가 높은 곽 전 교육감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단일화가 추진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추진위는 21, 22일 시민 추진위원 투표(1인 2표)와 24, 25일 여론조사를 진행하고 이를 50%씩 반영해 25일쯤 단일 후보를 확정할 방침이다. 이날 기준 경선에는 강신만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부위원장, 곽 전 교육감, 안승문 전 서울시교육위원, 정근식 서울대 명예교수, 홍제남 전 오류중 교장 등 5명이 참여 중이다. 당초 경선 참여 의사를 밝혔던 김용서 교사노조연맹 위원장과 김경범 서울대 교수는 최근 출마를 포기했다.

경선 무대 바깥에서 교육감 선거 출마를 선언하는 진보 성향 인사도 속출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 대통령비서실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전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지금껏 나온 후보 중에는 학부모 마음으로 찍고 싶은 후보가 별로 없어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출마 의사를 밝혔다. 그는 특정 단체에 빚을 지고 싶지 않다며 "후보 단일화 과정 참여 없이 독자 후보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고도 했다.

방현석 중앙대 문예창작과 교수도 최근 페이스북에 "단 한 명의 학생도 뉴라이트 교과서로 역사를 배우지 않도록 서울교육을 지키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지난해 역사소설 '범도'를 출간했다가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논란에 화제가 되기도 했던 그는 이번 선거를 "윤석열 정권과의 역사 전쟁"으로 규정하기도 했다. 최보선 전 서울시 교육위원은 일찌감치 단일화 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며 단독 출마를 선언했다.

보수 진영에선 '서울시교육감 중도·우파 후보 단일화 통합대책위원회'(통합위)가 주관하는 단일 후보 선출 여론조사 일정이 미뤄졌다. 당초 20일부터 사흘간 여론조사를 하고 23일 최다 득표자를 단일 후보로 추대할 계획이었지만, 통합위는 20일 오후에야 "후보들이 100%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후보 추대 원칙을 확인하고 세부 여론조사 방법에 합의했다"고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경선 일정도 여론조사를 21, 22일 양일간 진행한 뒤 25일 단일 후보를 발표하는 것으로 변경됐다고 했다.

하지만 이날 밤 경선에 참여하는 안양옥 전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장 측이 "(통합위가) 서둘러 불합리한 여론조사를 하는 것"이라 반발하며 23일 이후로 여론조사 연기 등을 주장해 여론조사가 21일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통대위 관계자는 "여론조사 방식이나 문항 등에 대한 후보 간 이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선에는 조전혁 전 한나라당 의원, 안 전 교총회장,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 등 3명이 참여하고 있다. 역시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윤호상 전 서울미술고 교장, 김영배 전 상명대 특임교수는 경선 참여 없이 예비후보 등록을 했다.

조희연 전 교육감의 낙마로 치러지는 이번 보궐선거는 이달 26, 27일 본후보 등록, 다음 달 11, 12일 사전투표와 16일 본투표로 진행된다.

손현성 기자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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