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이은애 헌법재판관… "사형제 해결 못하고 떠나 송구"

입력
2024.09.20 14:50
역대 4번째 여성 재판관... '낙태죄 헌불' 결정
"연구관 증원·헌불 사건 개선 입법 노력" 당부

이은애(58·사법연수원 19기) 헌법재판관이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며 낙태죄 등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것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존폐 논란이 수십 년간 이어지고 있는 '사형제'(死形制)' 사건을 재임 중 매듭짓지 못한 것에 대해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 재판관은 2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재임 중 연구하고 고민했던 사형제 사건을 비롯해 중요한 헌법적 쟁점이 있는 여러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고 떠나게 돼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청구인들과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말했다.

헌재는 현재 세 번째 사형제 위헌소원 사건을 심리 중이다. '부천 부모 살해 사건'으로 1심에서 사형을 구형받고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윤모씨가 2019년 2월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이다. 2022년 7월 한 차례 공개 변론을 연 뒤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이 재판관은 2018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사형제 폐지에 동의하는 입장을 밝혔다.

이 재판관은 재임 기간을 돌아보며 "여러 사건에서 헌법불합치 결정을 이뤄낸 점에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는 소회도 전했다. 그는 △낙태죄 △아동 출생등록 권리 △가정폭력 피해자 개인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마련하지 않은 입법부작위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 고정설비의 안전기준을 정하지 않은 행정입법부작위 △기후위기 등 사건 결정을 거론했다.

그러면서 "헌법불합치 결정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한 출발에 불과하다"며 "개선 입법이 이뤄지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조속히 국회와 정부가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헌법연구관과 헌법연구원의 증원, 사전심사의 범위 확대를 비롯한 입법적 제도 개선에 대한 당부도 남겼다.

광주 출신인 이 재판관은 1990년 법관 생활을 시작해 28년간 일선에서 재판만 담당한 '정통 법관'이다.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서울고법 등을 거쳤고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시절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지명을 받아 2018년 9월 헌법재판관으로 취임했다. 이 재판관은 취임 당시 전효숙·이정미·이선애 전 재판관에 이은 역대 네 번째 여성 재판관으로 중도 성향으로 분류됐다. 지난해 11월에는 유남석 헌재소장 퇴임 후 소장 공석 상황에서 권한대행을 맡기도 했다.

이 재판관 후임으로 임명된 김복형 재판관은 21일 임기를 시작한다. 취임식은 23일 열린다.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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