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도 서서히 저물고 있지만 날씨는 아직 여름을 벗어나지 못해 나무들도 혼란을 겪고 있다. 예전 같으면 이맘때쯤 나뭇잎들은 단풍이 들 준비를 한다. 그러나 그런 낌새가 보이지 않고 여름철처럼 푸르기만 하다. 해가 뉘엿뉘엿 저문 수풀 속에서 보송보송 솜털이 난 나무줄기가 눈에 들어왔다. 줄기를 따라가 보니 수령이 제법 오래된 칡나무에서 뻗어 나온 넝쿨 끝부분이다. 충분한 양의 햇빛을 받으려고 조금이라도 더 높이, 더 넓게 뻗어 나가기 위해 애쓰는 모습에 잔잔한 감동이 밀려온다.
사람들은 칡을 보면 무엇을 제일 먼저 떠올릴까? 아마도 대부분은 ‘갈등(葛藤)’이라는 단어를 손꼽을 것이다. 갈등은 ‘칡과 등나무’라는 뜻으로 덩굴나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두 종류의 나무가 만나 얽히고설키다 도저히 타래를 풀 수 없는 상태를 갈등이라 한다. 등나무는 뻗거나 타고 올라갈 상대가 있으면 오른쪽으로 감아올려 가며 성장하는 반면, 칡은 왼쪽으로 감아올려 서로 다른 방향으로 성장한다. 그러다 둘이 만나면 꼬여 있는 실타래처럼 얽히고설켜 갈등을 빚게 된다. 이는 마치 서로 다른 가치관이나 신념을 가진 사람들이 만나 의견 충돌을 일으키는 모습과 닮았다.
이런 모습들이 요즘 우리들 주변에서도 많이 보인다. 기찻길처럼 평행선을 달리는 정부와 의사협회의 갈등, 한 치의 양보도 없이 대립하고 있는 여야의 갈등, 기성세대와 MZ세대 사이의 이념 갈등 등 우리들은 갈등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하지만 함께 살아가야 하는 현실을 직시한다면 서로가 갈등을 불러오는 원인을 파악하고,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태도를 갖게 된다면 이를 극복할 것이다. 또한 경쟁과 협력의 균형을 이룬다면 서로의 갈등을 승화시켜 더불어 살아가는 원동력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노을 속에 빛나는 칡나무 줄기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며 갈등이 하나씩 풀려가는 밝은 미래를 상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