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대형 정보기술기업)의 이용자 정보 수집 실태가 예상보다도 심각하다는 미국 규제 당국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빅테크들은 이용자의 성별 같은 '드러나는 정보'뿐 아니라 소득, 결혼 여부 같은 민감한 정보까지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있으며, 이런 정보를 오랜 기간 폐기하지 않고 광고 등 '돈벌이'에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19일(현지시간) 메타, 구글, 틱톡 등 9개 플랫폼 기업의 이용자 데이터 수집 및 사용 방법에 대해 연구한 결과를 129쪽짜리 보고서를 통해 공개했다. 연구는 2020년부터 4년 동안 각 기업으로부터 제공받은 비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FTC는 밝혔다.
FTC는 이 방대한 분량의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업체들이 연령, 성별, 언어와 같은 이용자의 인구통계 정보를 수집하고 있고, 일부는 가계 소득이나 교육, 결혼 상태 등에 대한 정보까지 수집해 사실상 무기한 보관한다고 짚었다. 이렇게 모은 정보는 이용자에게 노출되는 콘텐츠를 조정하는 데 사용되고, 다른 회사에도 공유돼 맞춤형 광고에 쓰이고 있다.
보고서는 이들 회사가 개인 정보를 수집하고 이용하는 방식을 소비자가 거의 통제할 수 없다는 점을 특히 문제 삼았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이용자들이 개인 정보 수집을 거부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행여 수집을 거부한다 하더라도 100%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도 보고서는 지적했다. 빅테크들은 정보를 '명시적으로 수집'할 뿐만 아니라 사용자 행동을 분석해 '추론'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일부 회사들은 이용자가 관심사로 '아기' '임신' 등을 선택한 것으로 미뤄 부모임을 추정하고, '신혼부부'나 '이혼 지원' 등에 대한 관심을 나타낸 경우 결혼 상태일 것으로 짐작한다고 한다.
아울러 플랫폼 대부분은 13세 미만 이용자의 정보를 성인의 정보와 다르게 처리한다고 보고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성인 정보와 동일하게 수집하고, 광고 등에 활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미국 연방 의회가 빅테크에 미성년자 보호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의 법안 통과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업체들은 최근 수년 동안 청소년과 어린이 정신 건강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FTC 측은 보고서 내용이 "예상보다도 문제가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빅테크 저승사자'로 불리는 리나 칸 FTC 위원장은 "빅테크의 감시 관행은 사람들의 사생활을 위험에 빠뜨리고 자유를 위협하며, 신원 도용에서 스토킹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피해에 노출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연방 의회에 이용자 개인 정보를 더 강력하게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을 신속히 통과시킬 것을 권고했다. 또 빅테크들에는 청소년 정보 보호 강화 등에 더 투자할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