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빅컷(정책금리 0.5%포인트 인하)’에도 코스피는 갈피를 잡지 못하다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외국계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의 암울한 보고서에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출렁이며 지수를 짓눌렀다.
19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39포인트(0.21%) 오른 2,580.80에 마감했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가 2.1% 상승 마감한 것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미미한 오름폭이 눈에 띈다. 지수는 개장 7분 만에 하락 전환해 낙폭을 1% 가까이 키웠는데, 오후 들어 하락폭을 줄여 간신히 2,580선을 지켰다. 외국인은 1조1,764억 원어치를 팔아 치웠고, 개인과 기관은 각각 2,669억 원, 8,777억 원씩 사들이며 지수를 방어했다. 이날 외국인 매도 규모는 지난달 5일 ‘검은 월요일’ 이후 가장 컸다.
고대했던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금리 인하)에도 국내 증시가 힘을 쓰지 못한 건 반도체 종목에서 매물이 쏟아졌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2.02%, 6.14%씩 하락한 6만3,100원, 15만2,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는 외국인 투자자가 240만 주 이상 순매도하면서 장중 한때 11.12% 폭락, 14만 원대까지 추락했다. 삼성전자도 외국인이 9,000억 넘게 순매도해 장중 6만2,200원으로 52주 최저가를 찍었다.
시장에선 국내 추석 연휴 기간 중 나온 모건스탠리 보고서의 여파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모건스탠리는 15일(현지시간) ‘겨울이 닥쳐온다(Winter looms)’는 제목의 반도체 산업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기존 26만 원에서 12만 원으로 54% 대폭 깎고, 투자 의견은 ‘비중 확대’에서 ‘비중 축소’로 두 단계 하향했다. 사실상 매도하라는 의견이다. 삼성전자의 목표주가 역시 기존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27% 이상 낮춰 잡았다.
근거로 든 건 ‘메모리반도체 시황 악화’다. 범용 D램은 스마트폰·PC 수요 감소로, 고대역폭메모리(HBM)는 공급 과잉으로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 전망했다. 반도체 업계에선 즉각 ‘지나친 비관론’이라는 반론이 나왔지만, 3년 전에도 모건스탠리의 부정적 보고서가 나온 뒤 반도체 업황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자동차와 헬스케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관련주 등이 오르면서 코스피를 보합권에 안착시켰다. 특히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금리 인하와 미 생물보안법 수혜주로 부각되며 5.96% 오른 104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3년 1개월 만의 황제주(주당 100만 원이 넘는 주식) 복귀다. 코스닥은 전장 대비 6.31포인트(0.86%) 상승한 739.51에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