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 민족(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등 배달앱에서 음식을 시킬 경우 가격을 더 높이는 ‘이중 가격제’가 확산하고 있다. 배달앱이 소비자에게 수수료 부담을 전가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지만, 경쟁당국은 현행법상 이중 가격제를 처벌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1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배달앱에 입점한 업체들을 중심으로 ‘이중 가격제’가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다. 매장 판매 가격보다 배달앱에서 판매하는 가격을 더 비싸게 책정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맥도날드의 대표 메뉴 빅맥세트 가격은 매장에서 구매할 경우 7,200원이지만, 배달앱에서는 이보다 1,300원 더 비싼 8,500원이다. 버거킹도 배달앱 주문 시 최대 1,400원을 더 받고 있고, KFC는 버거 단품은 300원, 치킨 조각은 100원 등 메뉴에 따라 차등을 두고 있다.
그간 배달앱 수수료는 가맹 점주가 부담해왔는데, 배달앱 3사가 일제히 주문 금액의 9.7~9.8%에 달하는 중개 수수료를 부과하자 부담이 커진 점주들이 이 같은 이중 가격제를 실시하는 것이다. 중개 수수료와 배달료, 결제정산 이용료 등까지 지불하면 점주 손에 들어가는 수익이 거의 없다는 이유에서다. 서울 성북구에서 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는 점주는 “2만1,000원짜리 대표 메뉴를 팔면, 배민에서 중개 이용료로 1,428원, 배달비로 2,800원, 결제정산수수료로 525원, 부가세로 476원을 떼 가는데 이 수수료가 판매가의 24.9%"라며 "생계를 위해 요기요와 쿠팡이츠도 구독료를 지불하며 열어두는데 본사는 이 문제를 외면해 어쩔 수 없이 소비자에게 가격을 전가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대형 프랜차이즈뿐 아니라 개인 식당에서도 이중 가격제를 운영하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이중 가격제를 처벌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동일한 상품을 구입자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는 ‘가격 차별’은 불공정행위에 해당하지만, 거래조건의 부당성과 경쟁사업자 배제 의도 등이 증명돼야 한다. 부당하게 가격을 차별한 경우에는 처벌이 가능하지만, ‘배달 비용’을 이유로 업체들이 가격을 올린 것이기 때문에 부당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얘기다.
결국 소비자의 알권리를 보장한 소비자기본법을 적용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권리 보호법에 가까워 처벌 등 제재로 연결하기 쉽지 않다. 공정위 관계자는 “소비자기본법에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 조항이 있지만, 사업자의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한해서만 일부 적용 가능하다”며 “입점업체가 가격 차이가 있다는 점을 고지했다면 처벌하기 어렵고, 가격 결정 과정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라 이를 제재하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