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2000년대 들어 줄곧 민주당을 지지해 온 대형 운수노조 팀스터스를 놓쳤다. 대선 승부처인 ‘러스트벨트’(쇠락한 중서부 공업지대)는 팀스터스 조합원이 집중된 곳이어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팀스터스는 18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내고 11월 대선에서 어떤 후보도 지지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숀 오브라이언 위원장은 “두 후보 모두 노동자 이익을 대기업보다 우선시하겠다는 진지한 공약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팀스터스의 대선 후보 지지 표명 포기는 28년 만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분열도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FT에 따르면 노조 지도부는 대부분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노동 운동의 적으로 간주한다. 하지만 일반 조합원은 다르다. 7월 24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진행된 조합원 대상 자체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지지(59.6%)가 해리스 지지(34%)를 압도했다. 위원장도 트럼프 측에 사실상 포섭됐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트럼프의 오브라이언 위원장 구애 전략이 주효했다”고 분석했다.
팀스터스의 이번 결정은 해리스 부통령에게 타격이다. 트럭·버스 운전사, 항공사 조종사, 철도 노동자 등이 소속된 팀스터스는 조합원 수가 130만 명에 이른다. 2000년 이후 이 노조는 줄곧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 왔다. 더욱이 조합원 상당수가 몰려 사는 곳이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 러스트벨트 경합주(州) 3곳이다. 지난 16일 해리스 부통령이 워싱턴에서 팀스터스 지도부를 비공개로 만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트럼프 측은 결정을 환영했다. 캐롤라인 레빗 트럼프 캠프 대변인은 성명에서 “팀스터스 조합원 대다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하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FT는 “민주당 핵심 지지 기반이 트럼프로 옮겨 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아직은 해리스 부통령이 선전 중이다. 이날 미국 퀴니피액대가 공개한 러스트벨트 펜실베이니아주 유권자 대상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해리스 부통령이 51% 지지율을 기록해 45%에 그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오차범위(±2.7%포인트) 넘는 격차로 따돌렸다.
공화당 ‘반(反)트럼프’ 인사의 해리스 지지 선언도 꾸준하다. 미국 역대 공화당 정권에서 일했던 전직 외교·안보 당국자 100여 명이 이날 공동성명으로 해리스 부통령을 공개 지지했다. “해리스는 대통령 필수 자질을 갖고 있지만 트럼프는 그렇지 않다”고 이들은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