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골프에 장교 동원, 명품 상납 요구까지... 갑질 해군 대령에 감사원 "해임하라"

입력
2024.09.19 14:00
2년간 32차례 아내 골프에 부하 직원 동원
120만 원 상당의 정장 구두 상납 받기도

해군 대령 시절 아내의 군 골프장 이용을 위해 후배 장교들을 수십 차례 동원하는 등 상습적 갑질을 했던 군무원 A씨에 대해 감사원이 해임을 요구했다. 군 검찰은 A씨가 골프채와 명품 구두 등을 뜯어낸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19일 감사원이 공개한 해군본부 감사 결과, 해군 군수품 보급을 총괄하는 보급창장을 맡았던 A씨는 2021년부터 약 2년간 32차례에 걸쳐 아내의 군 골프장 라운드에 부하 직원을 동원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특정 후배에게 "너는 일요일 투입" 또는 "이틀 연속으로 골프를 쳐야 된다"며 휴일 라운드를 강요했다. 후배 사정은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한 후배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통해 "저도 바쁘다"고 사정을 얘기했지만, A씨는 "죽고 싶지 XX야"라고 협박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비슷한 기간 금품 수수 갑질도 일삼았다. 특히 A씨가 병과 인사추천위원장으로 내정된 2020년 7월 이후부터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함대사령부 소속 B소령에게 태도를 문제 삼으며 "그래가지고 진급하겠냐? 네가 진급하기 싫구나?"라고 압박한 뒤 B소령에게 골프채를 요구했다. 카카오톡을 통해 골프채 관련 정보를 공유한 A씨는 B소령에게 "56도(웨지)를 기부할 의사는?"이라고 물어본 뒤 "(골프채 확보에 드는) 소요시간을 지켜보겠다"며 노골적으로 골프채 구입을 독촉했다. A씨는 이후에도 B소령에게 120만 원 상당의 정장 구두까지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A씨는 2022년엔 해군과 방위사업청에서 근무하던 두 명의 소령에게 자신의 생일에 만나자고 한 뒤, 해군 소속 소령에게 자신이 추천한 종목의 주가가 올랐다는 사실을 언급하며 선물을 요구해 50여만 원 상당의 운동화를 뜯어냈다.

해군 관계자는 "이번 사안을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A씨를 직위 해제 조치했으며 현재 군 수사기관에서 관련 사안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김형준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