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으로 고속도로 통제 시도한 황당한 건설사…경찰 봐주기 논란

입력
2024.09.20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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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교 설치 중 고속도로 올라
차량 통제 시도하다 저지당해
광주 북부경찰서가 대신 항의
경찰 불법 인지하고도 "현장 계도"

한 민간건설사가 육교 설치 공사를 위해 심야 시간에 고속도로 무단 통제를 시도하고 이를 적발한 경찰도 현장조치만 해 잡음이 무성하다.

20일 한국도로공사 등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1시 15분쯤 민간건설사인 W건설 관계자 8명이 교통통제시설물을 적재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2대와 사인카(교통통제 차량) 3대를 타고 호남고속도로 하행선 동림IC 부근 연결도로(램프) 진입 지점에서 약 5분간 차량통행을 막았다. 도로공사에 따르면 이 시간대 동림IC를 통과하는 차량은 상·하행 시간당 219대에 달한다. W건설은 호남선 하행 차량들을 우회시키기 위해 고속도로에 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램프 연결도로는 W건설이 공사 중인 6차로 빛고을대로 육교 공사장으로 이어진다. 출동한 고속도로순찰대 등의 제지에 W건설은 결국 고속도로 위에서의 차량 통제를 포기하고 대신 연결도로 출구 부분 빛고을대로 상·하행 2km 도로를 각각 15분씩 차단했다.


문제는 건설사가 고속도로 차량통제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속도로를 통제하려면 민간사업자는 최소 공사 3일 전까지 한국도로공사에 △교통차단 계획서 △교통관리 계획서 △도로공사 교통 통제 제한 협의 결과서 등을 제출해 허가를 받아야만 한다. 하지만 전날 오후 2시쯤 건설사가 아닌 광주 북부경찰서 간부가 도로공사 측에 육교 상판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통보했고, 오후 8시쯤 고속도로를 통제하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은점을 들어 이를 불허했다.

W건설 측의 고속도로 무단 통제 시도도 황당하지만 전남경찰청 고속도로순찰대가 불법 행위를 인지하고도 단순 현장 조치로 끝낸 점도 논란이다. W건설이 무단으로 고속도로 통제를 시도한 행위는 도로법 제36조 위반으로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 벌금 처벌을 받는다. 고속도로에 올라간 행위는 도로교통법 제69조 1항 위반으로 3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에 처해진다. 하지만 고속도로순찰대 측은 현장에서 조치가 이뤄졌기 때문에 별도 입건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고속도로를 관할하지도 않는 경찰서 간부가 민간사업자를 대신해 한국도로공사에 고속도로 우회를 위한 사전 협조를 구두로 요청한 데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북부경찰서 관계자는 "고속도로상에서 우회 조치할 경우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어 적극 행정에 나선 것이고 건설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 관계자는 "북부경찰서로부터 램프 구간을 차단하겠다는 일방적 연락을 받았을 뿐 고속도로 통제가 가능하다는 답을 한 적은 없다. 무단으로 고속도로를 막으려 해 황당했다"고 지적했다.

광주= 김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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