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한 번쯤은 영화배우를 꿈꾸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왕이면 조연보다는 주연을 바랄 것이다. 잘생기고 예쁜 배우와 커플 연기도 할 수 있는, 빛나는 주연 말이다. 하지만 주연 못지않은 명품 조연배우도 있다. 모건 프리먼. 그의 조연 연기가 빛나는 걸작이 한두 편이 아니다. 그의 출연은 영화의 성공과도 거의 직결된다.
영화로 만들어진 성경 이야기가 다양하다. 그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주인공이 있다면 모세다. 영화 ‘십계’와 ‘이집트 왕자’는 모두 그의 이야기인데, 십계에서 모세 역을 했던 찰턴 헤스턴은 이 영화의 성공 후 미국의 국민 배우로 등극했다. 애니메이션 이집트 왕자의 주인공 모세는 어린이의 눈에 슈퍼맨이나 배트맨급으로 비춰졌으리라.
모세가 영웅이 되는 데에는 조력자의 지원이 있었다. 그 가운데 한 분은 모세의 장인어른 이드로다. 모세가 가족을 떠나 이집트에 가서 위험천만한 활약을 펼칠 때, 이드로는 모세의 아내와 두 아들을 도맡아 안전하게 지켰다. 시간이 지나 모세가 돌아올 때, 이드로는 모세의 보고픈 가족을 데리고 친히 그를 맞으러 나갔다. 하나님만 믿고 이집트로 간다는 사위의 신앙과 도전은 말도 안 되게 무모했지만, 이드로는 그의 선택을 존중했다. “주님께서 이집트 사람의 손아귀와 바로의 손아귀에서 자네와 자네의 백성을 건져 주시고, 이 백성을 이집트 사람의 억압으로부터 건져 주셨으니, 주님은 마땅히 찬양을 받으실 분일세.”(출애굽기 18:10) 사위에게 잔소리도 푸념도 하지 않는 장인어른의 센스가 빛난다.
모세가 많은 사람을 재판하느라 지쳤을 때, 이드로는 묘안도 제시했다. “자네 혼자서는 할 수 없네. 내가 충고하는 말을 듣게. 천부장과 백부장과 오십부장과 십부장으로 세워서, 큰 사건은 자네에게 가져오게 하고, 작은 사건은 그들이 스스로 재판하도록 하게. 자네도 백성도 모두 흐뭇하게 자기 집으로 돌아갈 걸세.”(17-23 요약).
모세는 아버지 없이 자랐다. 아버지였어야 했던 이집트의 왕은 모세의 죄를 알고 심지어 그를 쫓아가 죽이려고 했다. 장인 이드로는 사위 모세의 이런 결핍된 부분을 아버지처럼 훈훈하게 메워주었다. 이드로는 모세처럼 빛나지 않았다. 그러나 살인죄를 저지르고 도망자가 된 이집트의 전직 왕자 모세는, 그를 성장시킨 멘토 이드로의 조력 덕에 빛나는 영웅이 될 수 있었다.
누구든 속한 사회의 주연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멋진 주연이 탄생하려면, 사회는 반드시 훌륭한 조연을 필요로 한다. 공동체를 위해서 멋진 조연을 꿈꾸는 자가 있다면, 주연은 영웅이 되고 사회는 행복할 것이다.
모세의 영화가 다시 제작된다면, 이드로 역은 반드시 프리먼이 했으면. 모세를 바라보는 그의 구수하고 자애로운 미소가 벌써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