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소리가 심하다"는 이유로 친부를 살해하고 시신을 물탱크에 유기한 30대의 징역 15년형이 확정됐다. 19일 법원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존속살해, 시체은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32)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23일 확정했다.
김씨는 지난해 5월 29일 서울 중랑구 아파트에서 부친을 흉기로 살해해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씨는 집에서 게임을 하거나 TV를 시청하는 자신에게 아버지가 소리를 지르거나 '많이 먹지 마라' 등의 말을 하는 것에 앙심을 품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던 중 어머니가 여행을 가자 아무도 모르게 아버지를 죽이겠다고 마음먹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범행 후 김씨는 화장실에 물을 뿌려 청소를 한 뒤, 아파트 1층 현관과 엘리베이터의 폐쇄회로(CC)TV 화면을 가리고 지하 주차장 물탱크에 시신을 유기했다.
1심은 징역 20년을 선고하고 위치추적 전자장치 10년 부착을 명령했다. 재판 과정에서 김씨 측이 "자폐스펙트럼 장애로 범행 당시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으나, 1심 법원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1심 재판부는 △자폐 3급 진단을 받은 뒤 2016년 한 차례만 치료를 받았을 뿐 이후 지속적으로 치료받은 사실이 없고 △특수반이 있는 일반 초·중·고교를 졸업한 후 안정된 사회생활을 해온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범행 당시 정신적 장애 등으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보긴 어렵다는 취지였다.
2심은 이 판단을 뒤집고 감형해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폐스펙트럼 장애로 인해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서 이 사건 범행을 계획하고 실행했던 것으로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범행 이후 조사 과정에서 계속 웃음을 보이거나 '아버지가 죽어서 마음이 편하고 좋다'는 등 공감능력이 현저히 결여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점이 근거가 됐다. 김씨가 직장 생활을 하긴 했지만 담당한 업무가 단순 작업에 불과한 점도 고려했다. 재판부는 "증거인멸을 시도한 것 역시 김씨의 판단력 부족이나 사회성 결여 상태를 드러내는 것일 뿐이고 심신미약을 부정할 정도에 이르지 못한다"고 결론 내렸다.
대법원 역시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 징역 15년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