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세계화는 개별 레스토랑의 활약도 중요하지만 교육 과정에서부터 시작해야 의미 있는 발전을 이룰 수 있습니다."
미국 요리학교 CIA(The 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뉴욕 본교의 유일한 한국인 교수인 양종집(52)씨가 최근 한국을 찾았다. 1946년 설립된 CIA는 프랑스 르코르동블루, 일본 츠지조리사전문학교와 더불어 세계적 명문으로 꼽히는 요리 학교. 본교는 뉴욕주에 있고 캘리포니아주와 텍사스주, 싱가포르에 각각 분교를 두고 있다. 2019년 임용된 양 교수는 뉴욕 본교 교수진 120명 중 유일한 한국인이다. 양 교수는 아시아 요리 교육 담당으로, 요즘은 CIA의 한식 커리큘럼 확장을 위해서도 백방으로 뛰고 있다. 이번 방한 일정 중에도 한식진흥원과 식품 기업 등 다양한 외식업 관계자들을 만났다. 그는 "인재 양성 등의 면에서 한식 세계화의 돌파구가 필요하다면 CIA가 좋은 플랫폼이 될 수 있다"며 "내가 징검다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빔밥 시식 행사의 한식 홍보 효과는 일시적일 수밖에 없다"며 "미식업계를 리드할 전 세계 젊은 세대에게 교육을 통해 한식 문화의 DNA를 심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양 교수의 우선적 목표는 CIA의 4년제 학위 과정에 포함된 '집중 과정(Concentrations)' 프로그램에 한식을 추가하는 것이다. '식품계의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를 표방하는 CIA는 2010년대 들어 새로운 커리큘럼을 대거 도입했다. 그중 하나인 '집중 과정'은 현지 체험을 포함하는 6~8주간의 심화 과정으로 일식, 지중해식, 아프리카식 등의 프로그램이 개설돼 있다. 양 교수는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해 깊이 있게 배우기 때문에 특정 지역 문화와 음식의 진정한 팬이 된다"며 "졸업 후 미식업계에서 활동할 때에도 어떤 식으로든 그 음식 문화와 연관된 행보를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나는 CIA라는 곳에서 작은 목소리를 낼 뿐이지만 정부, 기업 등과 힘을 모아 한식 집중과정 개설을 위한 어떤 역할이든 하고 싶다"고도 했다.
양 교수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문에 우연찮게 요리사의 길로 들어섰다. 충남대 수학과 재학 중 미국으로 어학연수를 갔다가 한국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그대로 현지에 정착했다. 레스토랑 사업을 하는 친척을 도우면서 요리사로 꾸준히 경력을 쌓았지만 정식 교육을 받지 못한 한계를 느껴 CIA에 진학했고 교육자로서까지 CIA와 인연을 이어 왔다. 양 교수는 "CIA에 다니면서 한동안 잊고 살았던 교육자의 꿈이 되살아났다"며 "그렇기에 1년 가까이 걸리는 지난한 채용 과정을 견딜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음식은 문화와 정신이 담기는 것"이라며 "한식 세계화는 한국 문화를 전하는 가장 기본 틀"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