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담대 증가세 9월 들어 ‘주춤’... 수도권 쏠림은 더 심해졌다

입력
2024.09.18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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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5대 은행 주담대 잔액 2.2조 원↑
'역대 최대' 8월보다 완만하게 우상향
주택구입 신규 주담대 70%가 수도권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8월보다는 주춤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수도권 쏠림’ 현상은 오히려 심해졌고, 주담대 증가 속도의 추세적인 둔화 여부도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다.

18일 각 은행 취합에 따르면, 이달 영업일의 절반가량이 지난 12일 자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70조8,388억 원으로 지난달 말보다 2조1,772억 원 늘었다. 월간 최대 증가 폭을 기록한 8월(+8조9,115억 원)보다 우상향하는 각도가 비교적 완만해졌다. 당국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본격 시행되고 각 은행이 대출 한도·만기 축소 등 적극적인 대출 억제에 나선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잔액이 아닌 월별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봐도 보폭이 다소 줄었다. 지난달 이들 은행이 새로 취급한 주택구입 목적 개별 주담대 총액은 12조4,370억 원으로 시계열이 존재하는 2011년 1월 이후 최대치로 치솟았다. 하지만 이달 들어 9일까지 신규 취급액은 3조645억 원으로 집계됐다. 하루 평균 3,405억 원 규모로 8월(4,012억 원)보다 15% 감소해 6월(3,617억 원)과 7월(3,861억 원) 수준으로 복귀한 것이다.

다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주택 매수 온도 차는 더욱 극명해졌다. 이달 5대 은행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신규 취급액의 69.6%(2조1,322억 원)가 서울과 인천, 경기권 주택과 관련된 대출이었다. 8월(62.98%)보다 수도권 비중이 커졌고, 2021년 8월(71.8%)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서울을 중심으로 크게 늘어난 수도권 지역 주택 매매가 2, 3개월 시차를 두고 주담대 실행으로 이어지면서 대출에서도 수도권 쏠림 현상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이달 가계대출 증가 폭이 지난달 수준을 하회하더라도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막차 수요' 등으로 8월 증가 폭이 이례적으로 컸고, 주택 거래 추이도 더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7월 서울 지역 주택 매매거래량(신고일 기준)은 1만2,783건으로 6월보다 40.6% 늘어 2년 11개월 만에 1만 건을 돌파했다. 아직 지난달 통계는 나오지 않았지만 7, 8월이 정점이었다고 해도 주담대 실행은 잔금일에 이뤄지기 때문에 10, 11월까지 가계대출 증가세에 영향을 주게 된다.

한국은행 역시 부동산시장과 가계대출 안정 여부를 확신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12일 공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한은은 “시장에선 단기적 불안이 이어지겠지만 이후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는 견해와 불안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병존하고 있다”고 상반되는 의견을 모두 소개했다. 그러면서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추이가 금융안정 상황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며 금리인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