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용 정치는 놔두고 '지구당 부활' 손잡은 여야

입력
2024.09.19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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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 지구당 부활 입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22대 국회 출범과 동시에 여야가 지구당 부활 법안을 경쟁적으로 발의한 데 이어 지난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회담에서 적극 논의키로 합의하면서다. 민생 현안에선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여야가 지구당 부활을 위해 한목소리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생경할 정도다.

한 대표는 정치 신인들이 현역 의원들과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지구당 부활을 정치개혁이라고 주장한다. 총선 참패로 원외 인사들이 많은 당내에선 호응이 적지 않다. 이 대표도 지구당 부활이 중요한 과제라며 맞장구를 치고 있다. 강성 당원들의 입김이 센 민주당에선 당원 권한 강화를 위해 지역 풀뿌리 조직에 관심을 두고 있다. 여야가 신인 발굴과 당원 민주주의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지구당 부활의 장단점을 국민에게 소상히 알리려는 노력은 부족한 게 사실이다.

지구당은 1962년 도입된 이후 지역 정치인과 토착세력이 결탁한 불법 정치자금의 온상으로 지목돼 왔다. 2002년 대선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의 '차떼기 사건'을 계기로 2004년 정치개혁 차원에서 폐지됐다. 그럼에도 지난 20년간 '돈 선거'라는 고비용 정치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여야는 2008년 한나라당,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 등장한 돈봉투부터 반성하는 게 우선이다.

물론 지구당 폐지로 현역 의원은 지역 사무실에서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반면, 원외 인사는 허용되지 않는 것에 대한 문제가 없지는 않다. 그렇다 해도 지구당 부활이 지역 정치인과 토착세력의 결탁이나 불법 정치자금 등의 폐단까지 부활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가벼이 여겨선 안 된다.

정치 신인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하고 풀뿌리 정치를 강화하는 방안이 지구당 부활만 있는 것도 아니다. 법정시한 내 총선 선거구를 획정해 정치 신인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현역 의원에게 제한된 의정활동 보고서 배포나 문자 홍보 기회를 신인에게 개방하는 방안도 고려해 봄직하다. 이러한 노력 없이 지구당 부활만 외치고 있으니 차기 대선에서 원외 인사들의 지지를 확보하려는 여야 대표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입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