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겨냥 전술핵에 목매는 김정은… 방사포 이어 고중량 탄두 시험?

입력
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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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초대형 방사포 발사 엿새 만에 미사일 도발 재개
7월 발사 일부 실패한 4.5톤 탄두 탑재 KN-23 계열인 듯
대선 앞둔 미 본토 타격 수단은 잠잠… '대남 위협은 차선책'
NCG 제도화·북러 협력 무력화 위한 대러 외교 복원 과제

북한이 18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했다. 12일 초대형 방사포(KN-25) 여러 발을 동시에 쏜 지 엿새 만이다. 13일엔 핵탄두 제조에 쓰이는 고농축 우라늄(HEU) 제조 시설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다. 일주일 동안 남한을 겨냥한 전술핵탄두의 생산 능력과 다양한 투발 수단을 세 차례에 걸쳐 과시한 셈이다.

'4.5t 고중량 탄두' 미사일 재시험 가능성에 무게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오전 6시 50분경 북한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발사된 SRBM 수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북한 미사일은 약 400㎞를 비행했다. 군 당국은 미일과 관련 정보를 긴밀히 공유해 세부 제원을 종합적으로 분석 중이다.

이날 발사한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불리는 KN-23 계열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 7월 1일 황해남도 장연에서 4.5톤짜리 고중량 탄두를 장착한 '화성포-11다-4.5' 2발을 시험 발사했는데, 군 당국은 이 중 한 발이 120㎞만 비행한 뒤 평양 인근 육지에 추락했을 것으로 분석했다. 북한은 7월 중 추가 시험 발사를 예고했으나 실시하지 않았고, 따라서 이번 발사가 해당 시험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군 당국의 평가다.


미 대선 앞두고도 ICBM·SLBM 잠잠… "대남 핵위협은 차선책"

올해 북한은 10차례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이 중 사거리 3,000㎞ 이상 중장거리 탄도미사일(IRBM) 도발은 1월과 4월 한 차례씩이고, 나머지 8번은 SRBM이었다. 미 본토 타격 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은 2022년 5월 이후 16개월간 발사하지 않고 있다.

정성윤 통일연구원 통일정책연구실장은 "북한은 대외적으로 미국 대선, 대내적으로 8차 당대회에서 공언했던 핵무력 고도화 완수시점(2025년)이 도래하면서 핵 능력을 과시해야 할 동기가 충만한 상태"라며 "하지만 미 본토를 위협할 고도화된 능력이 없기 때문에, 차선책으로 입증이 끝난 대남 전술핵 투발 수단만 과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통해 정찰위성, ICBM, SLBM 능력의 고도화를 꾀했으나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이외에 △7차 핵실험 강행을 위한 길닦기용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 방북을 전후한 대러 무기 세일즈 △내달 7일 최고인민회의에서 '적대적 두 국가론 헌법화'를 앞두고 주민들의 대남 적개심 강화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미 대선 전 북핵 억제력 강화 위한 NCG 제도화 추진할 것"

정부는 북한의 핵 능력 과시에 맞서 한미일 공조를 통해 단호히 대응할 방침이다. 대통령실은 인성환 안보2차장 주재로 진행된 안보상황점검회의를 가진 뒤 "정부는 강력한 힘과 한미동맹 및 한미일 안보협력을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을 강력히 억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미일 유선 협의를 통해 "북한이 HEU 시설 공개에 이어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라고 규탄하며, 3국 간 긴밀한 공조를 지속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북핵 억제력을 높이기 위해선 한미 핵협의그룹(NCG) 제도화, 북러 군사협력 무력화를 위한 러시아와의 외교관계 복원 등이 중요하다고 제안했다. 정 실장은 "정부는 미국의 새 행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올해 하반기 중에 NCG 제도화를 목표로 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정부는 러시아와 지속적으로 접촉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한국과 협력·소통할 준비가 돼 있다고 전해왔다"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