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추(秋), 추석'이 아닌 '여름 하(夏), 하석'이라는 푸념을 자아낸 가을 폭염이 연휴 막판까지 기승을 부렸다. 서울은 추석 당일 저녁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기온이 내내 25도를 웃돌아 사상 첫 '한가위 열대야'를 기록한 데 이어, 연휴 마지막 날에는 전례 없던 '9월 폭염경보'가 8일 만에 재차 발령됐다. 초가을까지 이어지며 각종 진기록을 세운 올해 더위는 이번 주말 무렵부터 잦아들 전망이다.
기상청은 18일 전국 대부분 지역(강원 산간 지역 제외)에 폭염특보를 내렸다. 서울은 서남권에 오전 10시부터 폭염경보가 내려졌다. 서울에 9월 폭염경보가 내려진 것은 지난 10일에 이어 역대 두 번째다. 대상 지역은 강서구, 관악구, 양천구, 구로구, 동작구, 영등포구, 금천구 등이다. 폭염경보는 최고체감온도가 35도를 넘는 상태가 이틀 이상 계속되거나 급격한 체온 상승 등 무더위로 인한 광범위한 피해가 예상될 때 발효된다.
밤더위도 기승을 부렸다. 서울은 추석인 17일 밤부터 이날 오전까지 최저기온이 26.5도로 열대야(당일 오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를 보였다. 서울에서 추석날(음력 8월 15일) 밤에 열대야가 나타난 건 처음이다. 인천 청주 부산도 밤사이 최저기온 27도대로 열대야를 겪었다.
오후 4시 기준 전국 주요 지역 최고온도는 △서울 34.3도 △경기 양평(옥천면) 37.1도 △충북 단양 36.2도 △경남 양산 36.6도 등이다. 이날 서울·경기동부·강원북부는 5~30㎜, 광주·전남·전북은 5~40mm의 비가 예보됐다. 강원북부는 시간당 30mm 내외, 전라권과 경남내륙은 시간당 20~30mm의 강한 소나기가 내릴 전망이다.
이번 더위는 중국 상하이에 큰 피해를 입힌 제13호 태풍 버빙카 영향이 컸다. 버빙카가 추석 전날인 16일 상하이에 상륙하면서, 한반도는 직접적인 풍수해는 없었지만 서해안에서 고온다습한 바람이 밀려들면서 무더위를 겪었다.
가을 폭염은 전국에 비가 확대되는 20일부터 기세가 꺾일 전망이다. 이후 북쪽에서 찬 공기가 내려와 낮밤 온도 차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등 전형적 가을 날씨가 찾아올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했다. 다만 이때도 기온은 예년보다 2~3도가량 높을 전망이다. 중국 해안가로 북상 중인 제14호 태풍 풀라산은 찜통더위 재현 여부를 가를 변수다. 풀라산은 추석 폭염을 불러온 버빙카와 이동경로가 비슷해 한반도에 재차 고온다습한 바람을 밀어 넣을 공산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