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맞아 순직 소방관의 유가족과 동료들이 '몰래 카메라' 이벤트를 통해 깜짝 선물을 받았다. 선물은 세상을 떠난 소방관의 생전 모습이 담긴 기념사진이었다. 뜻하지 않게 그리운 얼굴을 마주한 이들은 눈시울을 붉혔다.
지난 16일 유튜브 채널 '원더맨'에 게시된 '우연히 찍은 사진에 순직한 남편을 만났다' 영상에는 2017년 강릉시 석란정 화재진압 임무 도중 순직한 고(故) 이영욱 대원의 아내 이연숙씨가 출연했다. 유튜브 채널 진행자와 소방청은 이씨에게 "소방 캐릭터를 홍보하기 위해 무료로 기념사진을 찍어 드리겠다"며 이씨를 '인생네컷' 부스에 데리고 갔다. '인생네컷'은 부스 안에서 촬영하면 즉석에서 사진이 나오는 시설이다. 촬영을 마칠 때까지만 해도 이씨는 자신이 가상의 소방청 캐릭터와 사진을 찍은 줄 알았다.
사진 촬영 후 몇 분여 지나 액자에 담긴 사진을 받아 든 이씨는 눈물을 터뜨렸다. 사진 속 이씨 옆에는 7년 전 숨진 남편이 손으로 '볼 하트' 모양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깜짝 놀란 이씨는 진행자에게 "우리 남편을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더니,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이씨는 사진을 어루만지며 "남편을 보내고 나서 사진을 보는 게 너무 힘들어서 다 없애버렸는데 후회가 됐다"면서 깜짝 선물에 감사를 표했다. 이씨는 시민들에게 "'(화재로) 출동했다가 이렇게 순직한 소방관이 있었구나' 하고 기억만 해주면 정말 고마울 것 같다"고 말했다.
소방청 이벤트에는 이영욱 대원이 숨진 화재 현장에서 함께 순직한 고 이호현 대원의 동료 손영호·박민수씨와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헬기 사고로 순직한 고 신영룡 대원의 부친 신두섭씨도 참여했다.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 사진 선물에서 이들도 벅찬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손씨와 박씨는 "사진을 볼 때마다 (이호현 대원이) 많이 생각날 것 같다"며 그리움을 표했다. 신씨는 아들의 사진을 보며 "잘 커 줘서 고마웠다. 부디 하늘에서 잘 있어라"라고 인사했다.
소방청 관계자는 "추석 명절을 맞아 가족의 의미를 일깨우고 순직 소방관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기획했다"며 "착한 콘텐츠가 따뜻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데 일조했으면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