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두 번째 암살 시도를 두고 양극화로 인한 정치폭력 위협이 한층 고조됐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 사건이 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선 판도를 뒤흔들지도 주목받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불거진 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 시도에 대해 미국 CNN방송은 "예측할 수 없는 정치적 결과를 초래하는 또 다른 어두운 순간"이라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소유한 플로리다주(州) 웨스트팜비치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치던 중 암살 시도에 직면했다. 한 남성이 골프장 경계 덤불에 숨어 AK-47 유형 소총 총구를 들이댔고, 트럼프 전 대통령보다 앞서가던 비밀경호국(SS) 요원이 이를 포착해 사격으로 대응했다. 소총을 떨어뜨리고 차량으로 도주했던 용의자는 팜비치카운티 북쪽 마틴카운티 고속도로에서 체포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용의자가 하와이 출신 백인 남성 라이언 웨슬리 라우스(58)라고 보도했다.
CNN은 "이 사건은 국가의 깊은 양극화를 드러낸다"며 "이런 사건이 일어난다는 것은 미국 정치에 끊임없이 드리우는 폭력의 그림자를 말해주며, 이는 손쉬운 총기 접근으로 인해 더욱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고위 행정부 관료에 대한 암살 시도가 수십 년간 한 번도 없었던 가운데, 올해는 끔찍한 현실이 다시 살아났다"며 "즉, 최고 직책(대통령)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잠재적으로 자신의 생명을 걸고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대통령·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도 이날 한목소리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눈 정치폭력을 규탄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무사해 감사하다"며 "미국에 폭력은 있을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번 암살 시도가 불과 51일 남은 미국 대선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겨냥한 암살 시도는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야외 유세 중 총격에 이어 두 번째다. 지난 암살 시도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호재로 작용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지지층이 결집했고, 여론조사에서는 그의 호감도가 급격히 오르는 등 상승세도 포착됐다.
다만 이는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이 TV 토론에서 참패하고 사퇴 압박을 받던 시기로, 새 후보로 등판한 해리스 부통령과의 대결에서 암살 시도의 영향력은 아직 미지수다. 사건 이전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NYT의 이날 전국 여론조사 평균치 분석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49%)은 트럼프 전 대통령(47%)과 초접전 중 근소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앞선 암살 시도를 계기로 기세를 올렸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번 사건도 정치적으로 활용할 태세다. 그는 총격 직후 지지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난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내 목숨을 겨냥한 또 다른 시도 후 내 결의는 더 굳건해졌을 뿐"이라면서 선거자금 모금을 독려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 JD 밴스는 엑스(X)를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화를 나눴는데 놀랍게도 그는 밝은 기분이었다(in good spirits)"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