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에 '러 본토 타격 허용' 긴장 고조… 러 '핵위협' 미 "유엔 총회서 논의"

입력
2024.09.15 15:57
러 "키이우 거대한 용광로 만들겠다"
'러 본토 타격' 허용 땐 핵 사용 시사
정상회담 빈손 끝낸 미·영 "논의 계속"

러시아가 서방 국가들을 향해 '우크라이나에 러 본토 타격을 허용해주면 핵무기를 사용하겠다'고 재차 압박했다. 최근 정상회담까지 열며 미사일 타격 제한 범위 해제 논의를 본격화한 미국·영국을 향해 견제 수위를 높인 것이다. 별다른 성과 없이 정상회담을 끝낸 미·영 양국은 이달 말 유엔 총회에서 해당 논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푸틴 "러 본토 타격, 전쟁 의미"

14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서방이 러 본토 타격을 허용하면)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를 거대한 용광로로 만들겠다"고 위협했다.

이날 발언은 최근 서방 국가들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로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나왔다. 그간 미국과 영국 등은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미사일을 지원하면서도 확전 우려 탓에 러시아 국경 인근까지만 타격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그런데 이 제한 해제 논의가 최근 양국 간 활발하게 진행되자 러시아가 유사시 키이우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압박한 것이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2일 "(서방의 러 본토 타격 허용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국가가 러시아와 전쟁 중이라는 의미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푸틴 '핵위협' 허세일까… 갈팡질팡 미·영

미국과 영국은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본토 타격을 허용해줄지 결정하지 못 하고 있다. 전날 바이든 대통령과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간 정상회담이 '빈 손'으로 끝났던 것이 대표적이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이 문제를 심도 깊게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는 별다른 신호를 주지 않았다. NYT가 "회담이 향후 미국과 영국이 취할 조치에 대한 통찰력을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고 평가한 이유다.

특히 푸틴 대통령의 '확전 및 핵 위협'이 얼마나 진지한 것인지 평가하는 데 미국과 영국은 애를 먹고 있다고 한다. 영국 관리들은 비교적 푸틴 대통령의 경고가 '허세'라고 생각하는 반면, 바이든 정부 관료들은 푸틴 대통령에게 실제 긴장을 고조시킬 의지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실제 스타머 총리는 전날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몇 주, 몇 달 안에 정말 중요한 잠재적 발전이 있을 것이 분명하다"며 정책 변화 가능성을 시사한 반면, 미국 백악관은 회담 전 성명을 통해 "우리 견해에는 변화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미·영 양국은 해당 논의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이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이달 24일부터 미국 뉴욕에서 개막하는 유엔총회에 참석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나 '러 본토 타격' 문제를 의논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향후 정책 변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서방에 신속히 제한을 해제해달라고 촉구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 성명을 통해 "지도를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타격 역량이 필요한 이유를 분명히 이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