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협) 등 의료계 단체들이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며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를 거부한 데 대해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3일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년 의대 증원 유예 등 의료계 요구를 두고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의정 갈등과 관련해 정면돌파 의지를 밝힌 윤석열 대통령과 보조를 맞춘 발언으로, 의사단체의 협의체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연일 낮은 자세로 읍소하는 한동훈 대표와 엇박자를 드러냈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의료계의 협의체 참여 거부 발표에 대해 "오늘 오전까지도 계속 의료계에 대화 참여를 촉구했는데 일단 저희가 기대한 발표가 있지 못해서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빨리 의료계에서 여야의정 협의체에 함께하면서 우리가 의료 서비스 품질을 제고하고, 지역 필수 의료 문제에 관한 개선 방안을 찾아가는 데 함께해 주시길 다시 한번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했다.
그러나 추 원내대표는 이날 의료계가 요구한 △전공의 수사 중단 △내년 의대 증원 철회 △정책 정부의 태도 변화 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수사에 대해 추 원내대표는 "만약 조사를 받으러 온 당사자가 불편했다면 비공개로 조사하는 게 가능하지 않을까 싶고, 당사자가 비공개를 원했는데도 공개했다면 (수사) 당국이 유의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수사 중단 요구를 에둘러 거절한 셈이다.
내년도 전면 백지화나 정부에 대한 사과 요구에 대해서는 "의료계에 계신 분들도 과학자이자 전문가 아니냐"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자꾸 이야기하면서 대화를 도외시하기보다는 협의체에서 함께 모여서 대화하자"고 선을 그었다.
야당 일각에서 내년 의대 정원과 관련해 정시 모집 인원은 조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은 데 대해서도 추 원내대표는 강경했다. 그는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야당이 공개적으로 질문을 한번 해보라"며 "학부모들이 내년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데 재론할 수 있는 타이밍이냐. 일반 국민들도 상식선에서 판단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의료계가 정부의 완강한 태도에 불만을 표한 것을 두고도 "약간의 태도 변화는 얼마든지 하려면 할 수 있는데 (의료계가) 본질적인 부분과 관련해 '전면 철회, 전면 재고, 원점 재검토' 이렇게 가기 시작하면 어려워진다"고 사실상 반박했다.
추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은 한 대표와 대조된다. 한 대표는 이날 취재진과 만나 "제가 의료계 주요 단체 분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고 (의사들도) 여러가지 고민 있지만 결정을 위해서 여러가지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며 "계속해서 설득 드릴 것이고, 좋은 결정을 해서 상황을 해결하는 출범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한 대표가) 비공식 채널을 통해서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과 줄곧 소통해 오고 있고 정말 읍소 수준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추석 연휴는 병원 휴무로 응급실 수요가 높을 수 있는 만큼 국민의힘은 추석 연휴 전 협의체 출범을 추진해 왔지만 무산됐다. 한지아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취재진에게 "지금으로선 추석 이후에 (협의체 출범을) 할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