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울리는 웨딩박람회?..."박람회 계약도 14일 내 철회 가능"

입력
2024.09.13 12:40
웨딩박람회 관련 피해 구제 신청 매년 증가 
"사업장 아닌 곳 계약도 방문판매법 적용"

9월 결혼을 앞둔 직장인 강모(33)씨는 2월 찾은 한 웨딩박람회에서 결혼식 스드메(스튜디오촬영·드레스·메이크업) 계약을 했다. 업체는 웨딩박람회라 할인해주겠다며 279만 원을 요구했고, 강씨는 계약금으로 178만 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하지만 박람회를 다녀온 뒤 강씨는 훨씬 괜찮은 조건의 스드메 계약을 발견, 당시 행사장 분위기에 휩쓸려 충동적으로 결정한 것을 후회하고 다음 날 청약 철회를 요구했다. 하지만 업체는 환급을 거부하며 위약금 113만 원을 요구했다. 강씨는 "위약금을 40%나 요구해 어이가 없었지만, 한번 하는 결혼식이라 원하는 조건으로 하고 싶어 위약금을 물고 다른 곳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신혼부부를 위한 웨딩박람회가 오히려 신혼부부를 울리는 경우가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은 올해 7월까지 웨딩박람회 관련 피해구제 신청 건수가 지난해보다 35.9% 늘어난 140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최근 3년간 444건이 접수됐는데, 그중 계약 관련이 대부분(97.9%)을 차지했다. '청약 철회 거부'가 46.8%(208건)로 가장 많았고, '계약해제 거부 및 과다한 위약금 청구' 43.0%(191건), '계약불이행' 8.1%(36건) 순으로 뒤를 이었다.

웨딩박람회를 통한 계약도 14일 이내 청약철회가 가능하다. 박람회를 통한 계약은 대부분 결혼 관련 사업자의 영업장소가 아닌 다른 장소에서 이뤄지므로 방문판매법을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원 관계자는 "자신의 영업 장소에서 개최한 웨딩박람회는 청약철회권이 보장되지 않을 수 있어, 웨당박람회 개최 장소가 해당 업체의 사업장인지 아닌지 꼼꼼히 확인하고 청약 철회를 신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자원은 계약 시 구두로 전달받은 주요 조건은 계약서에 꼭 기재하고 결제는 신용카드 할부거래를 이용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업체가 정당한 계약해지 요구를 거부하면, 그 사실을 신용카드사에 알리고 이후 대금 결제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명 전 계약서와 약관에 '계약금 환급 불가' '계약금 대체 상품으로 제공' 등이 기재돼 있는지 확인하는 게 좋다.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소비자 귀책사유로 계약을 해지하게 되는 경우, 총 대행요금의 10%를 공제 후 환급하게 돼 있다. 서비스가 개시된 이후라면, 발생비용 및 잔여금액의 10%를 제외하고 돌려주게 돼 있다. 하지만 계약서에 '계약금 환급 불가'가 적혀 있는 경우는 예외다.

세종=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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