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동독 도시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던 북한 인권 행사가 돌연 취소됐다. 주최 측 홈페이지 마비로 원활한 행사 진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최 측은 북한이 홈페이지를 해킹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주독 대한민국대사관에 따르면, 독일 북부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이하 MV주)의 중앙정치교육원은 시민 교육을 진행하는 민간단체 아카데미슈베린과 17일 '탈북: 독재에 대한 통찰'이라는 제목의 행사를 열 예정이었다. 행사는 MV주 주도인 슈베린에서 독일 연방정부가 여는 통일의날(10월 3일) 행사에 맞춰 기획된 것으로, 베를린 외 동독 지역에서 진행되는 최초의 북한 설명회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행사에서는 독일에 거주 중인 탈북민의 증언 등이 이뤄질 예정이었다.
그러나 행사를 닷새 앞둔 12일 아카데미슈베린은 "행사를 적당한 시기로 연기하겠다"고 공지했다. 통일의날 사전 행사 성격이 강했다는 점에서 '행사 연기'라기보다는 '행사 취소'에 가깝다. 주최 측은 '조직상의 이유'를 취소 사유로 들었다.
행사를 취소한 진짜 이유는 10, 11일 발생한 홈페이지 해킹 및 마비였다고 한다. 10, 11일 홈페이지 접속 시 "공격자들이 당신의 비밀번호, 메시지, 신용카드 등 정보 탈취를 시도할 수 있다" "사용자 PC가 바이러스에 감염되었다" 등 경고 메시지가 지속적으로 떴고, 급기야 엉뚱한 홈페이지로 연결되는 일도 발생했다. 12일 홈페이지는 복구됐으나 행사 참석을 위해서는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을 했어야 했던 점 등을 들어 주최 측은 행사를 취소했다.
아카데미슈베린에서는 북한 소행일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평소 한 번도 문제가 없던 홈페이지가 북한 관련 행사를 일주일 앞두고 마비되었다는 점, 공격자들이 해킹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금전적 이득이 없는 단체를 공격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북한이 행사를 방해할 목적으로 공격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북한 공격임을 입증할 만한 구체적 증거가 확보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